일상 회복으로 증가한 술자리...침묵의 '간 질환' 조심해야
간 조직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은 간암으로 진행될 수도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코로나19(COVID-19) 일상 회복이 본격화된 가운데 그간 미뤄뒀던 술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술자리 및 음주는 여러 질환 위험을 높인다. 특히 과음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의 초기 상태인 지방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정상 간은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 이내이지만, 이보다 많은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지방간은 크게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과 관련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간에서 지방합성이 촉진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이뤄지지 않아 알코올성 지방간이 발생한다. 이와 다르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복부 비만, 당뇨병과 고지혈증에 의해서도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비알콜성 지방간은 해가 갈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알코올 및 알코올성을 모두 합친 지방간 환자는 2018년 34만명에서 2021년 43만명으로 늘었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연령대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으며 30대~50대에서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대부분의 경우 지방간 환자는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으며 피로감과 전신 권태감, 식욕부진 또는 오른쪽 상복부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를 통한 간기능 검사(AST, ALT)나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지방간 판정을 받으면서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간 치료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술이 원인인 경우는 금주가 가장 중요하며, 술로 인해 부족해진 영양분을 보충해주고 꾸준한 운동을 해야 한다. 알코올의 종류보다는 섭취한 총 알코올의 양과 음주기간, 영양 상태와 깊은 관계가 있다.
음주에 의한 지방간이 심하지 않다면 금주만으로 지방간이 빠르게 좋아질 수 있는데,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와 식이요법을 시작한 후 4~8주가 지나면 간에서 지방이 제거되고 대개 3~4개월 금주하면 완치될 수 있다. 다만 음주를 계속하면 20~30%는 알코올성 간염을 유발하고, 지속되면 10~20%가 간경변증으로 진행가능하다.
비만이 원인인 경우는 체중의 10% 가량을 서서히 줄이는 것을 권장한다.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오히려 지방간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식사를 거르지 말고 양을 줄이되 과식이나 야식을 피하고 밀가루, 과일과 같은 당분을 줄이며, 기름에 튀긴 음식보다 삶은 음식을, 음료수보다 물이나 녹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빠르게 걷기, 자전거, 수영, 등산과 같은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 체중을 빼기 쉽지 않고, 굶어서 체중을 감량했더라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 외, 당뇨병과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인 경우는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적절히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간경변증이란 간이 딱딱하게 굳고 그 기능을 소실하게 되는 질환이다. 매일 소주 1병 이상의 알코올을 10~15년 이상 마시는 경우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른 원인에 의한 만성 간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소량의 알코올에 의해서도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간경변증이 심해지면 간기능이 나빠지게 되면 복수나 황달, 정맥류 출혈과 같은 합병증들이 나타날 수 있다.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술을 끊더라도 딱딱해진 간 조직이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진 않는다. 그러나 간경변증 환자라도 금주하면 간질환의 합병증이나 사망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세란병원 내과 홍진헌 과장은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는 간에서 발생하는 질환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장기간 음주를 지속한 후 병원을 찾을 때에는 이미 질환이 많이 진행된 경우도 있다”며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음주량과 횟수를 줄인다면 간 손상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공복 상태에서 술로 인한 간 손상이 더 심해지므로 식사를 거르지 않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두부, 과일, 채소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적어도 2~3일은 금주해 신체기능이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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