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인도 관계 어느 때보다 강력"…인·태 핵심국에 '처칠급 환대'(종합)

미-인도, 국방 및 첨단기술 분야서 협력 강화…中 견제 위한 포석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6.22/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국방 및 첨단기술, 무역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확인했다. 인도는 미국이 추진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경제 관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세계에서 중요한 동반관계 중 하나이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긴밀하며 역동적인 파트너십"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암과 당뇨병과 같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설계하는 것에서부터 2024년 국제우주정거장에 인도 우주인 파견, 기후 위기 해결, 양자 컴퓨팅 및 인공지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잔혹한 전쟁으로 촉발된 인도주의적 비극을 완화하고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유엔 헌장의 핵심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모디 총리도 "오늘 인도와 미국 관계의 역사에서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 날"이라며 "오늘 우리의 논의와 우리가 내린 중요한 결정은 우리의 포괄적이고 글로벌한 전략적 파트너십에 새로운 장을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첨단기술·방산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담은 핵심·첨단기술 구상(iCET)을 언급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우주, 양자, 통신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강력하고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마이크론, 구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미국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도와 미국 간의 긴밀한 국방 협력은 상호 신뢰와 공유된 전략적 우선순위를 상징한다"며 "기존의 구매자-판매자 관계에서 벗어나 오늘날 기술 이전, 공동 개발 및 공동 생산을 포함하는 관계로 전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모디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인도 기업들은 콜로라도의 태양열, 오하이오의 철강,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광섬유 등에 20억달러 이상투자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국빈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2023.06.22/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국방 분야에서도 인도는 약 30억달러에 달하는 거래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MQ-9B 리퍼 드론 '씨가디언'을 구매할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도가 20대가 넘는 씨가디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기술 이전을 통해 인도에서 F414 제트엔진을 공동 생산한다. 이 엔진은 F/A-18 전투기에 사용되며 미국이 인도와 기술을 공유하려는 의지는 양국 간의 신뢰를 상징한다고 WSJ는 전했다.

아울러 인도는 미국 주도의 우주 탐사 이니셔티브인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한다. 또한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2024년 국제 우주정거장 관련 공동 임무도 진행한다.

게다가 미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인도가 병아리콩, 렌즈콩, 아몬드 등 미국의 특정 제품에 대해서 보복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있어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상대국으로 꼽힌다. 인도는 중국과 약 2100마일(약 338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양국은 지난해 12월까지 국경 문제로 분쟁을 빚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을 미국과 인도, 일본 및 호주 등이 참여하는 안보 협의체 쿼드(Quad)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오랫동안 미국의 최신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고자 했지만, 미국은 인도가 과거 러시아 군용 장비를 구입한 바 있어 민감한 기술을 공유하길 꺼려왔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보다 거의 20배나 많은 무기를 인도에 판매했다.

게다가 인도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을 표방해 왔으며, 대러 제재에도 적극 동참하지 않았다.

이번 모디 총리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인도 내 인권 유린과 언론의 자유 억압 등에 대해서 미국이 사실상 눈감아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민주당 내 상·하원 의원 70명은 "인도의 정치·종교 자유의 후퇴 등 우려 사항을 정상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의 관계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전날 비공개 만찬에 이어 이날 밤에는 국빈만찬을 진행했다. 또한 모디 총리는 지난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미 상·하원 합동 연설도 진행했다.

타란지트 싱 산두 주미 인도 대사는 현지 언론에 "모디 총리는 지난 75년 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세번째 인도 지도자"라며 "이것은 인도와 모디 총리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디 총리는 미 의회 연설을 두번이나 한 넬슨 만델라와 윈스턴 처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미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2023.06..22/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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