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김정은은 왜 회의장에서 자리만 지켰을까…몇 가지 의문들
북한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노동당 전원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가장 엄중한 결함'이라고 질타했고, '인민경제계획을 무조건 수행하는 엄격한 규율을 확립하지 못했다'며 일부 경제 부문의 부진도 인정했습니다. 당 경제부장을 전격적으로 교체해 경제성과 부진에 대한 책임도 물은 것으로 보입니다.
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전원회의를 보면, 김정은이 여러 가지 주요 정책에 대해 평가와 지시를 하고 참석자들은 열심히 받아 적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주석단의 자리를 지킨 채 연단에 오르지 않은 것입니다.
김정은, 전원회의서 연설 안 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
또, 당시의 전원회의들은 김정은이 연설했다는 직접적인 표현만 없을 뿐 김정은이 실질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5월 전원회의의 경우 '김정은이 회의를 지도'했다는 표현이 나오고, 2021년 1월 전원회의의 경우 김정은이 회의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여러 가지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원회의의 경우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동지께서 전원회의에 참석하시었다"고만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 TV 영상을 봐도 김정은이 연단이나 주석단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말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의 중요한 회의를 열어놓고 최고 지도자가 연설도 하지 않다니 무슨 일일까요?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위성 발사가 실패했고 경제 성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내세울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접 나서기가 좀 어려웠던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TV 영상 보니
북한 조선중앙TV를 보면 이번 전원회의에서의 보고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초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같은 활자매체가 주요 안건에 대한 보고를 "참가자들은 보고를 청취하였다"와 같이 발언자 없이 보도했을 때, 김정은이 아닌 누군가가 대신 보고를 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안건 보고를 누군가는 해야 할 텐데 김정은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김정은의 측근인 조용원 조직비서나 김덕훈 총리 같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주요 보고가 이뤄지는 동안 연단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습니다. 연단에서 발언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김정은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듣고 있는 것을 보면, 보고는 장내의 스피커 시설을 통해 방송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아나운서가 사전에 녹음한 것을 장내에 방송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 다른 이유 때문에?
아직은 가설이지만, 김정은의 장시간 연설을 피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당대회나 전원회의에서의 보고문은 매우 깁니다. A4 용지로 출력하면 빡빡한 글씨로 짧게는 몇 쪽에서 길게는 10쪽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에는 이 많은 분량을 김정은이 몇 시간씩 연단에서 낭독했는데, 몇 시간씩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상당한 체력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더 살펴볼 부분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주요 안건에 대한 보고가 이뤄질 때 김정은만 유독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어폰 없이 보고를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장내 스피커의 볼륨은 작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김정은만 유일하게 이어폰을 이용한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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