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반려동물 숨지면 육지 가서 장례를 치르거나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고?

윤희일 기자 2023. 6. 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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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장례 이미지

제주도민이 키우는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대략 13만 마리에 이른다. 그런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제주도민에게는 큰 고민이 있다. 가족으로 함께 생활하던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거나, 병이 들어 저세상으로 가는 경우 장례를 치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적법하게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장묘업체가 없다. 결국, 상당수 제주도민은 키우던 반려동물이 숨지면 육지의 반려동물 장묘시설에서 장례를 치른다. 일부 주민은 반려동물의 장례를 위해 일부러 반려동물의 사체를 가지고 육지의 장묘시설을 방문해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 제주지역의 동물병원에 위탁해 육지의 장묘시설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반려동물 사체를 택배 등으로 육지의 장묘시설에 보내기도 한다. 제주도민은 숨진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기가 몹시 어렵다는 얘기다.

제주도 관계자는 23일 “일부 주민은 반려동물이 숨지는 경우 사는 집의 마당이나 야산에 묻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사체를 넣어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한 수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허용된 반려동물의 장례방법은 크게 3가지다. 허가를 받은 장묘업체를 통해 화장하는 것과 의료폐기물로 소각하는 것, 그리고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사체를 넣어 버림으로써 생활폐기물로 매립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족으로 키우던 반려동물이 숨졌을 때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폐기하는 행위에 대해 “그럴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이 방법은 법이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반려동물의 사체를 임의로 매장하는 것은 금지돼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주지역에서도 반려동물 장묘업체를 건립하려는 시도가 민간에서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주민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고 제주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런 틈을 노려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장례영업을 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당국의 허가 없이 화장시설을 갖춘 차량을 몰고 다니며 반려동물 화장·장례 서비스를 한 A씨를 적발해 당국에 고발하기도 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관련된 동물장묘업을 하려면 급·배수시설이 된 독립된 건물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갖추고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A씨는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서귀포시가 지역구인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제주지역에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 및 장례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위 의원은 최근 ‘반려동물 장묘업 실태 및 활성화’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제주도민의 경우 육지에 있는 시설에 가서 장례를 치르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제주지역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동물장묘시설은 외곽에 위치할 수밖에 없어 반려인들의 장례 편의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에서는 또 반려동물의 사체를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는 ‘생활폐기물 매립 방법’은 법 규정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위 의원도 “반려동물을 입양해서 가족처럼 돌보다가 쓰레기로 처리하도록 하는 현행 규정은 반려인의 정서와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지연주민들이 반려동물이 숨지는 경우 장례에 어려움 겪는 것과 관련, 내년까지 ‘반려동물복지문화센터’를 건립한 뒤 이곳에서 반려동물 장묘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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