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음’ 즐기는 걷기… 자기 자신에 다가가는 가장 빠른 길[출판평론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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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누엘 칸트는 매일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서 1시간을 걷곤 했다.
한 동네 주민이 칸트의 산책 시간에 맞춰 자기 집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그의 걷기 사랑은 대단했다.
걷기만이 자기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걷기는 가장 가까운 길임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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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누엘 칸트는 매일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서 1시간을 걷곤 했다. 한 동네 주민이 칸트의 산책 시간에 맞춰 자기 집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그의 걷기 사랑은 대단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5㎞가 넘는 거리를 빠르게 걷는가 하면, 때때로 10시간 가까이 걷기도 했는데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에서 나온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철학자가 걸으면서 스스로의 철학을 벼려왔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영화제작자인 알베르트 키츨러의 ‘철학자의 걷기 수업’은 걷는 철학자들의 계보를 잇는 책이다.
남미를 1년간 걷고, 코르시카섬을 걷고 난 후 삶의 행로를 바꿔 철학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저자는 ‘걷기’라는 행위가 마음의 평온, 즉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행복이 목적은 아니다. 걷기의 즐거움은 “목적 없음을 향유”할 수 있어야만 온전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삶에 있어 목적이 없을 수는 없다. 목적을 따라 대로를 걸을 때도 있고, 때로는 우회로를 선택해야만 할 때도 있다. “목표를 향해 걷는 도보 여행의 길과 삶의 길은 굽이굽이 굴곡진 우회로로 점철되어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는 결국 “중대한 실존적 결정들”이 될 수밖에 없고, 그 결정들이 하나둘 모여 인생이 된다.
걷기는 때론 일상과 거리를 두는 한 방편이기도 하다. “자연 속을 걸으며 단조로운 명상을 하다 보면 내면은 잠잠”해지는데, 이때 주변에 드리운 침묵은 일상생활을 “대수롭지 않게” 느끼도록 돕는다. 일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한껏 드리운 “삶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압박감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저자에 따르면 삶의 본질은 복잡하거나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 치여 “계획하고, 처리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들”을 부풀린다. 걷기만이 자기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걷기는 가장 가까운 길임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자연에 대한 깊은 경험은 우리를 내적으로 성장시키고, 가치 체계를 바로잡아준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일상의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걷기의 균일한 리듬은 사람들에게 침착성과 참을성도 선물한다. “자연의 움직임과 리듬”을 받아들인 현명한 사람은 모든 일을 억지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걷는 동안 따사로운 햇볕과 미풍만 불어오지 않는다. 예기치 않는 비바람이, 험한 자갈길이, 모든 악조건이 한 번에 밀어닥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 “운명이 우리에게 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동안, 우리는 삶의 평정, 안온함을 서서히 체득하게 된다. “견디는 것보다 더 좋은 태도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거나 모욕을 당하더라도 그것을 공격이나 모욕이라고 느끼지 않는 마음 상태와 내적 태도를 예비해두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선한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저자는 “걷는 일은 우리의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 학교이기도 하다”면서 읽는 이들을 걷기 학교로 초대한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해 지금 당장 걷기를 시작해볼 일이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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