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매장량 세계 1위인데 차에 넣을 기름 없다니…어떻게 이런 일이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 2023. 6. 2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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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연료 부족으로 국민들 고통
운송 못한 농작물 폐기한 농부 2명 붙잡혀
국영 석유회사 PDVSA 부실 경영, 정책 실패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 베네수엘라에서 정작 기름이 없어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석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가 고질적인 연료 부족에 고통받고 있다.

심지어 농민들은 차량에 넣을 기름이 부족해 운송하지 못한 농작물을 폐기했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베네수엘라 주요 시민사회단체 ‘에스파시오 푸블리코’는 22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와 홈페이지에 논평을 내고 “휘발유 부족에 항의하는 농부 2명이 최근 체포됐다 풀려났다”며 “정부가 연료난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9일 서부 메리다주 푸에블로야노에서는 농부 이스네트 안토니오 로드리게스 맘벨이 당근을 내다버렸다가 적발돼 공정가격법 위반 혐의로 붙잡혔다.

맘벨은 “화물차에 넣을 기름이 없어 당근을 유통업자에 보내지 못했다”며 “그냥 썩어나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폐기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튿날에는 트루히요주 카리체에 사는 바라사르테 트롬페테로 호나르가 맘벨과 비슷한 이유로 토마토를 강물에 대량으로 버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면서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관심을 끌었다.

영상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자 타레크 윌리엄 사브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두 농부의 얼굴 사진과 신원을 공개하고 “공정가격법을 위반한 자들은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까지 이어졌다. ‘식량을 멋대로 버리는 사람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본적인 사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역설적으로 자국민들이 고질적으로 기름 부족에 고통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원인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Petroleos de Venezuela, S.A)의 부실 경영과 국가 에너지 정책 실패 등을 들 수 있다.

1976년 설립된 PDVSA는 한때 매출액 기준 세계 27대 업체(2009년)에 들 정도로 성장했지만, 대규모 비위 의혹으로 최근 사정의 표적이 됐다. 실제 경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임직원과 관계 공무원을 수조원대의 석유 판매금 횡령 등 혐의로 줄줄이 체포했다.

정부의 정책적 실기도 지적사항 중 하나다. 정제 설비 투자 등을 제때 하지 않으면서 한때 최대 일 300만 배럴에 달했던 석유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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