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도 못 갚아요"…'벼랑 끝' 몰린 한계 채무자 늘었다

황예림 기자 2023. 6. 2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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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한계 채무자가 늘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나간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은 1년 새 약 1000억원 증가했다.

소액신용대출을 1000억원 이하로 취급하는 저축은행에선 연체율이 10~20%로 더 높은 편이었다.

또다른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생활비나 병원비처럼 기본적인 생계비가 없는 사람이 저축은행에서 소액신용대출을 받는다"며 "한계 채무자가 가장 마지막으로 받는 대출이기 때문에 연체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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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


벼랑 끝에 몰린 한계 채무자가 늘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나간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은 1년 새 약 1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율도 7.5%로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계 채무자가 연 금리 5000%에 달하는 불법 사채 시장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정책 금융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2일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통일경영공시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을 10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은 총 38개로, 전체 잔액은 9863억원으로 나타났다.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10억원 이하인 저축은행은 공시 의무가 없다. 작년 1분기 38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8869억원이었으나, 1년 새 11.2%(993억원) 불어나면서 잔액이 1조원에 가까워졌다.

소액신용대출 전체 잔액이 증가하며 연체액도 작년 1분기 667억원에서 올해 1분기 740억원으로 11.0%(74억원) 늘었다. 38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평균 연체율은 올해 1분기와 지난해 동기 모두 7.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액신용대출을 1000억원 이하로 취급하는 저축은행에선 연체율이 10~20%로 더 높은 편이었다. 지난 1분기 기준 연체율이 10% 이상 20% 미만인 저축은행은 38개 중 11개, 20% 이상인 저축은행은 7개에 달했다. 작년 1분기만 해도 연체율이 10% 이상 20% 미만인 저축은행은 16개로 올해보다 많았으나, 20% 이상인 저축은행은 2개에 불과했다.

소액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건 벼랑 끝에 내몰린 취약 채무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에서 나가는 소액신용대출은 금리가 법정 상한선인 20%에 육박해 고신용자는 거의 찾지 않는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액신용대출을 받는 채무자는 어디를 가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취약계층"이라며 "아무 데서도 대출이 나오지 않아 저축은행에서 가장 비싼 금리로 소액신용대출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생활비나 병원비처럼 기본적인 생계비가 없는 사람이 저축은행에서 소액신용대출을 받는다"며 "한계 채무자가 가장 마지막으로 받는 대출이기 때문에 연체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약 채무자가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저축은행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지난해말부터 저신용자에게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달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33개 중 과반이 넘는 17개(51.5%)가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작년 6월에는 저축은행 35개 중 7개(20.0%)를 제외한 모든 저축은행이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줬다.

전문가는 취약 채무자가 제도권 금융을 벗어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액신용대출이 늘고 연체율이 올라간다는 건 그만큼 서민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소액신용대출을 받는 한계 채무자가 사채 시장으로 가게 되면 연 100%에서 5000%에 달하는 고금리 빚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연말까지 제도권 금융에서 높은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한계 채무자가 소액신용대출을 갚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필요하다면 정책 자금을 동원해서라도 서민의 생활이 정상화되도록 돕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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