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능에 피폭된 소 아직 돌봅니다...생명이니까요" [인터뷰]
사고 후 정부의 살처분 명령 거부
‘반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 직후 반경 20km 이내 지역이 피난구역으로 선포됐다. 쓰나미에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방사능 피폭까지 당한 채 피난길에 올랐다. 피폭된 동물들은 대부분 버려졌다. 목장의 소들은 절반가량이 굶어 죽었고 나머지는 정부가 살처분했다.
오직 죽음만이 남았던 땅. 목장 노동자였던 요시자와 마사미(69)는 “소도 생명인데 그렇게 죽일 순 없다”고 생각했다. 정부 지시를 어기고 접근 금지 구역으로 들어가 먹이를 줬다. 12년간 소 수백 마리를 보살핀 그는 버려진 목장을 인수했다. 휴일에는 피폭된 소를 형상화한 조형물 ‘카우 고질라’를 실은 차량을 타고 전국을 누비며 원전 반대 시위와 강연을 한다.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에 있는 ‘희망의 목장’에서 요시자와 대표를 만났다.
-원전 사고 직후 어떻게 소들을 구했나.
“원전 폭발 직후 목장이 접근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소를 대피시킬 겨를도 없이 모두 피난을 가야 했다. 우리 목장을 제외한 다른 목장에선 굶어 죽은 소의 시체가 넘쳐났다. 정부는 살아남은 소를 다 죽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나는 소를 키우는 사람이다. 생명을 죽이지 않겠다’고 했다. 바리케이드를 뚫고 소들한테 먹이를 배달해 소 330마리를 살렸다. 소들은 방사성 물질에 피폭됐고 피폭된 땅에서 자라는 풀을 먹기 때문에 도축할 수 없다. 바보 같은 짓일 수도 있지만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저 돌보는 것이다.”
-피폭된 소들에게 흰 점이 생겼다고 들었다.
“사고 1년쯤 지나니 20마리 정도에 하얀 반점이 생겼다. 피폭 때문인가 생각했고, 정부도 조사하러 나왔다. 정부의 최종 결론은 ‘이유를 모르겠다. (피폭과) 연관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였다. 결론을 내지 않고 비겁하게 도망간 것이다.”
-그래서 원전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인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때 일본의 원전은 안전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소련이라서 저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일본은 지진이 잦은 나라다. 쓰나미도 발생하고 화산도 폭발한다. 그런 일본에서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위와 강연을 하게 됐다.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시위를 한 것만도 150번이 넘는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 세슘에 오염된 물고기가 잡혀 출하가 금지된다.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거르긴 하겠지만 방대한 양을 필터로 거르면서 완벽하게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는 없다고 본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먹고사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
-일본 정부는 어민에게 보상하겠다는데.
“어민들이 말로는 반대를 하지만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원전 인근 어민들은 문제가 생기면 어업 보상금을 받는 데 익숙해져 있다. 1980년대 지역 항구에서 잡힌 대합에서 방사성 물질 ‘코발트60’이 나와서 판로가 막히자 도쿄전력이 5억 엔을 배상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방류하고 어업 피해를 돈으로 보상한다는데, 거기에 익숙해지면 어민들 스스로 목을 조이는 것이다.”
-차량에 실린 ‘카우 고질라’는 어떻게 만들었나.
“피폭된 소를 형상화해 예술가가 만들어 준 것이다. 영화 '고질라'의 줄거리는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 때문에 바닷속 고대 괴물이 깨어난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키우던 소가 원전 방사능을 맞았다는 의미에서 ‘카우(소) 고질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 목장의 소들은 '후쿠시마의 교훈을 잊지 말라'는 살아 있는 상징이다. 나미에마치에는 원전 사고 전 2만1,500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2,000명만 남았다. 고향에서 쫓겨난 주민들은 한이 깊다. 마그마 같은 원한을 동력으로 삼아 나는 일생 동안 원전에 맞서 싸울 것이다.”
나미에마치(후쿠시마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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