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때린 장마, 주말에 한국 상륙

박상현 기자 2023. 6. 2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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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주도 거쳐 전국으로 확산
27일까지 남부·중부지방 많은 비
그래픽=양진경

일본에 강한 비를 쏟아낸 장마전선이 이번 주말 제주도에 상륙하겠다고 우리 기상청이 22일 밝혔다. 이 장마전선은 21일 밤부터 일본 가고시마현 아마미 군도에서 낙뢰와 돌풍을 동반한 120㎜ 안팎의 장대비를 뿌렸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장마전선에 대해 이례적으로 토네이도(회오리바람)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엄중 경계’를 발령했다. 비구름 세력이 강력하다는 뜻이다.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역사상 가장 높은 상황이라 올여름 강수가 어느 때보다 혹독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기상청은 올해 첫 장맛비가 25일 제주도를 적신 후 26~27일 전역으로 확산하겠다고 예보했다. 우리나라로 북상 중인 장마전선은 평년보다 온도가 높아진 바다를 지나며 많은 양의 수증기를 흡수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 지방기상대는 21일 “발달한 ‘적란운’이 접근하면 건물 안으로 대피하는 등 안전 확보에 노력하라”고 예보했다.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도 경고했다. 적란운이란 수직으로 발달한 비구름을 뜻한다. 강한 비와 천둥·번개를 동반하기 때문에 ‘쌘비구름’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장마전선이 강한 남풍(南風)을 타고 빠르게 한반도로 올라오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장마전선은 25일 제주도와 남해안에 먼저 상륙한다. 25~26일 중부지방, 26~27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다. 이번 장마는 우리나라에 때 이른 폭염(暴炎)이 나타나면서 시작일이 평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어졌지만, 세력은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

장마전선은 한반도 남쪽 먼바다에서 발달한다. 우리나라보다 일본과 중국에 먼저 도달한다. 우리 주변국은 5월 중순~7월 중순까지 많은 비를 뿌리는 비구름대를 장마로 인식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 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든 정체전선이 6월 중순~7월 중순 많은 비를 뿌리는 현상을 장마라고 부른다. 따라서 일본의 장마 추세를 보면 한반도에 닥칠 장마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일본은 올해 장마가 더 많은 비를 뿌리고 ‘끝물’인 7월로 갈수록 폭우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6월보다 7월에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엘니뇨’ 현상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인데 이 부근의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면 일본과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돼 강수량이 늘어난다.

올해 비대해진 장마전선은 7월 중순쯤 일본 혼슈에서 동해로 물러나면서 일본에선 평년보다 4일쯤 일찍 장마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마전선이 평소보다 빠르게 우리나라로 북상해 마지막 비를 퍼붓고 소멸한다는 것이 일본 측 분석이다. 비구름대가 동해안에서 많은 수증기를 흡수하면 우리나라 장마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 여파로 장마가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장마는 한 해 중 가장 많은 비를 뿌리는 기간이다. 그런데 작년 8월 8일 서울을 덮친 시간당 141.5㎜ 집중호우는 장마가 끝나고 쏟아졌다. 중부지방의 경우 지난해 장마 이후 더 많은 비를 기록했다. 장마가 7월 끝나도 8월 집중호우를 걱정해야 한다. 장마가 본격화하는 6월부터 태풍이 발생하는 초가을까지는 기상 재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본은 올여름 태풍이 평년(25.1개)보다 많은 29개 발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인도양과 필리핀해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 고기압성 순환이 강해지면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 여파로 태풍도 발달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리나라 쪽으로 오는 태풍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전망인데,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와 가까운 동중국해로 오는 태풍은 줄어들고, 일본 남쪽에서 동일본 태평양 부근으로 접근하는 태풍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괌을 휩쓴 제2호 태풍 ‘마와르’도 당초 대만 부근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방향을 오키나와 쪽으로 급격하게 바꿨다. 엘니뇨가 강해지면 이런 현상이 더 잦아질 수 있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한반도로 접근하는 태풍의 강도가 전례 없이 강력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현재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30년 평균치(1982~2011년)보다 1도쯤 높은 20.9도를 기록 중이다. 올봄 아프리카와 동남아 일대는 ‘수퍼 사이클론’의 등장으로 쑥대밭이 됐다. 사이클론은 태풍과 같은 현상이다. 최근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모카’는 내륙에 상륙하기 직전 바다에서 많은 수증기를 빨아들이며 몸집을 급격히 키웠다. 태풍과 사이클론이 따뜻한 바다를 건너며 생존 기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 올 태풍도 더 큰 덩치로, 더 오랜 기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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