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판타지물… 지금까지의 임성한 드라마는 잊어주세요
42년차 명품 배우 최명길, 말줄임표도 연기하는 박주미
‘빙의’ ‘유체 이탈’ ‘AI’ 등 파격 소재로 집필 때마다 화제를 일으킨 작가 임성한(필명 피비)이 이번엔 판타지 멜로물을 들고 돌아왔다. 오는 24일 밤 9시 10분 처음 방송되는 TV조선 토일 드라마 ‘아씨 두리안’이다.
작가로서는 처음 도전하는 장르로, 재벌가 회장 백도이(최명길)가 호령하는 단씨 집안에 정체 모를 두 여인 두리안(박주미), 김소저(이다연)가 들이닥치면서 그들 사이에 수백년간 얽힌 사건을 풀어가는 드라마다.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16.6%)을 기록한 전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2021~2022)의 인기를 넘어설지도 관심이다.
여기에 ‘파리의 연인’(2004) ‘시크릿 가든’(2010) ‘신사의 품격’(2012) ‘구가의 서’(2013) 등 감각적인 드라마 연출로 신드롬을 일으킨 신우철 감독이 합류해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주미는 임 작가의 전작 ‘결사곡’에 이어 연달아 주연을 맡았고, 최명길은 ‘온달왕자들’(2000) 이후 23년 만에 임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각각 청초함과 카리스마 끝판왕이라 불리는 두 배우를 22일 서울 상암동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만났다.
◇”배우 최명길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느끼실 것”
데뷔 42년 차 배우 최명길에게 재벌 회장 역할은 새삼스럽지 않다. 권력의 맥을 꿰뚫는 왕비부터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등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상의 대표 주자. 자애로운 듯하면서도 날선 눈빛과 부드럽게 감아올리는 강단 있는 목소리는 그녀의 연기를 더욱 빛냈다. 최명길은 “지금껏 접했던 임성한 작가의 느낌과는 색다른 작품 세계에 놀랐다”면서 “이전의 최명길에게서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독히 냉정했다가도 극도로 귀여워지는 다면체 같은 역할. 최명길은 “임 작가는 다른 이들이 건드리지 않았던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항상 앞서보여줬기 때문에 일종의 반발이 있던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이가 관심과 기대를 내비치는 건 그만큼 작가의 내공이 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명길은 각종 방송국 연말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최우수상을 휩쓸며 무결점 연기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녀의 연기력에 진정성과 깊이를 더한 건 ‘정치인의 아내’로서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키워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라는 게 여야가 있기 때문에, 남편(김한길 현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생각을 달리하는 분들이 분명 있잖아요. 큰 문제 일으키지 않고 연기의 끈을 붙잡은 게 배우 생활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몇년 전 폐암 투병한 남편 곁을 지키며 스스로 더 강해졌다. “삶을 향한 남편의 굳은 의지와 완쾌를 보면서 제가 다시 태어난 것 같았죠. 이젠 뭘 해도 ‘감사하다’는 말이 먼저 나와요.”
요즘엔 아침 7시부터 남편과 함께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최명길이니까 하지. 당신 아니면 누가 하겠어’라는 남편의 응원에 설레며 촬영장으로 향합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나는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말줄임표도 연기하는 박주미
주인공 두리안 역할을 맡은 박주미는 임성한 작가의 전작 ‘결사곡’에서 주인공 사피영 역할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결사곡’ 시즌2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편 신유신(이태곤)을 상대로 절제된 감정선을 유지하며 70분간 2인극을 펼쳐 절정의 연기력을 선사했다는 찬사를 들었다.
“그때는 135페이지짜리 대본을 주시더니 이번에는 대사를 거의 없애셨더라고요.”
박주미가 쾌활하게 웃었다. 세상 여리고 아련한 주인공이어서 촬영장에선 거의 말도 안 한다고 했다. 대사 톤 역시 평소 그녀가 내던 데시벨의 10분의 1 정도로 줄여 속삭이듯 말한다. 전작에서 그에게 ‘인생캐’를 선사했던 작가가 이번엔 정반대 역할로 또다시 인생캐를 만들어주려는 것일까. “여운이 남는 듯한 목소리 안에서 감정의 진폭을 조율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터뜨려야 하는 장면에서 더욱 주워담아야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새삼 느낍니다.”
이번 역할은 박주미에게도 임성한에게도 실험적인 도전이다. 같은 배우를 두번 연속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도 임성한 작가로서는 처음. 박주미의 대본에는 말줄임표가 상당하다고 했다. 말줄임표를 매번 새롭게 해석하며 상대의 연기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지요. 연기자라는 것이 어떤 도전을 해야 하는지 새삼 느낍니다.”
두 번의 작품으로 ‘임성한의 뮤즈’ ‘임성한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박주미. 다음 번 제의가 와도 흔쾌히 맡겠냐는 질문에 박주미는 웃음으로 응대했다. “이번엔 함께하자는 말씀에 묻지도 않고 ‘좋다’고 말했어요. 어떤 캐릭터냐 물으니 ‘좋은 거야’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좋다는 데 마다할 배우가 있나요? 이전과는 다른 박주미가 또다시 찾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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