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댓글 논란, 해결책은 있을까 [아이티라떼]
네이버 공식 통계에 따르면 댓글의 절반가량이 40~50대 남성에 의해 작성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이외에도 남녀 비율이 4~5배가량 차이 난다는 점, 60대가 쓴 댓글이 10~30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는 점 등 현실의 인구분포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런 뉴스 댓글창을 보고 여론을 파악하거나 정책을 결정한다면 상당히 큰 문제가 되겠죠.
더 큰 문제는 뉴스 댓글창이 단순히 여론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여론을 어떻다고 인식하는 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내 생각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각종 연예인의 자살 사건이 잇따르며 그 원인으로 뉴스 댓글이 지목된 탓에 이제 연예인 뉴스에는 댓글을 달 수 없게 되었죠. 지난해 이태원 압사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몇몇 언론사들은 관련 뉴스의 댓글창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댓글창을 닫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연예 뉴스에 댓글을 달 수 없게 되자, 이들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몰려가 똑같이 악성 댓글을 다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곤 했죠.
댓글창을 열지 닫을지에 관한 논쟁은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미 여러 차례 벌어진 바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티스토리 등 국내 블로그에서 댓글을 막아두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해외 블로그에선 아예 댓글창이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죠.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유명한 블로그 ‘데어링 파이어볼(Daring Fireball)’이 대표적입니다. 2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광고료만 1만750달러(약 1400만원)에 달하는 이 사이트는, 2002년 개설 이래로 단 1개의 댓글조차 허용치 않고 있습니다. 블로그 운영자 존 그루버는 댓글창을 열어달라는 요구에 “댓글창은 소통의 장이 아닌 고함으로 가득 찬 불협화음”이라며 “할 말이 있으면 본인 사이트에 직접 의견을 남겨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댓글창의 형태를 바꾸고자 시도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합니다. 그간 국내에서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의 성격을 막론하고 글-댓글의 형태가 천편일률적이었죠. 수천 자에 이르는 글을 읽고 난 뒤 아래에 수십 자 정도의 짧은 댓글을 남기게 되어 있습니다. 뉴스는 물론이고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는 글과 댓글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구조를 발생시켜 원활한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글 작성자는 수천자에 걸쳐 본인의 의견을 충분히 피력하지만, 댓글 작성자는 단 몇 줄의 인상비평만을 짧게 남기게 됩니다. 댓글 작성자 입장에선 워낙 본인에게 허락된 공간이 좁다 보니 댓글 작성에 정성을 덜 들이게 되죠.
댓글창의 형태를 바꿈으로써 소통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소셜 댓글창’이 대표적입니다.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인스타그램·트위터 같은 본인의 SNS 계정으로 로그인해야 하고, SNS 아이디가 댓글 작성자가 되는 식입니다.
미국 블룸버그에서는 ‘디스커스(Disqus)’라는 소셜 댓글창을 운용 중이죠. 국내에서도 이를 본떠 만든 ‘라이브리(LiveRe)’가 여러 사이트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본인의 프로필이 공개되어 있으면 댓글을 달 때 좀 더 책임감을 느낄 것이란 가정에서 나온 대책인데요. 이용자 평가는 엇갈립니다.
가령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우 댓글을 단 뒤에 중재자의 승인이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노출됩니다. 이외에도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쓸 경우 삭제한다’ 등 내부 기준을 두는가 하면, 잘 쓴 댓글은 ‘NYT Picks’라고 하여 별도로 잘 보이게 처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댓글창에 개입하고 있죠.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인터넷 여론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뉴스 댓글과 관련한 논란이 터질 때마다 여야가 각자의 이익에 맞게 연일 ‘국정원 댓글 사건’과 ‘드루킹 사건’을 언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죠. 인터넷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실제로는 본인들이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를 위해 본인의 권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포털 뉴스난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카카오 들어오라”는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보수 성향 유튜브에만 노란딱지를 붙이느냐”며 구글코리아 사장을 국회로 불러 호통을 치기도 했죠.
늘 정부와 국회의 규제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둘 중 어느 쪽 편도 함부로 들지 않는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해외 플랫폼 기업은 한국에서 전략적인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매출에 직결되는 광고 영업이나 대관 등은 서울 사무소에 맡겨 놓고, 개인정보 처리나 댓글 관리 등 법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미국 본사에서 처리하는 방식이죠.
가령 이들 기업 사이트에 달린 악성 댓글을 고소하더라도, 우리나라 경찰이 암만 수사 협조를 요청해봐야 “해당 사안은 미국 본사에 연락하셔야 한다” “미국법에 따르면 명예훼손은 죄가 안 된다”는 답만 돌아옵니다.
언론과 비언론의 경계가 옅어지는 ‘빅 블러’ 시대에서는 심지어 넷플릭스조차 그러한 전략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의 사회 고발성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도 똑같이 이중 플레이를 하는 덕분의 법적 조치를 피할 수 있었죠.
“국내 기업 경쟁력은 2류, 정치는 4류”라던 모 기업 회장의 일갈은, 그가 고인이 된 2023년 지금의 뉴스 댓글 논란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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