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높이에서 봐야 더 잘 보이는 그림책 전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자’는 것이 처음부터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었어요. 어른은 자세를 낮춰 천천히 바라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이 보는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겁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첫 단독 개인전 ‘백희나 그림책전(展)’의 22일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서 백희나(51)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동문학 노벨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우리 대표 그림책 작가. 그는 “보통 전시에선 관람객이 많으면 아이들은 잘 볼 수 없지만 제 전시에선 정반대”라고 했다. “그림책 ‘꿈에서 맛본 똥파리’는 아예 바닥에다 연못처럼 그림을 집어넣었어요. 아이들에게 편안한 전시 구성이 맘에 쏙 들어요.”
작가는 이번 전시에 ‘구름빵’(2004)부터 ‘달 샤베트’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연이와 버들도령’에 이르는 자신의 창작 그림책 11권 속 이야기를 140여 점의 작품 세트와 체험형 미디어 콘텐츠로 전시장에 풀어 놓았다. 영화도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넣는 시대지만, 작가는 책 속 모든 캐릭터와 소품을 직접 만들고 연출해 사진으로 찍어 완성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을 고수해 왔다.
덕분에 입체감이 살아있는 작가의 책 속 이야기를 진짜 입체로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전시가 됐다. 그림책 ‘알사탕’에서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알사탕을 먹은 아이가 아빠의 잔소리도 사랑이었단 걸 깨닫고 등 뒤에서 아빠를 꼭 껴안는 장면이 눈앞에서 실제 상황으로 펼쳐진다. ‘달 샤베트’의 6층 아파트는 어른 키 정도 높이로, 각 집마다 전기가 들어오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정교하게 표현돼 있다. “세트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놓고, 책 속에 작은 사진으로 집어넣었다는 게 웃음 포인트입니다.” 작가가 슬쩍 농담을 했다.
‘구름빵’의 어린 고양이들이 눈앞에 있고, ‘이상한 엄마’ 속 선녀님은 커다란 특수 제작 아크릴 상자 속에서 구름을 타고 날아간다. 함께 전시를 준비한 예술의전당 이소연 큐레이터가 “오늘 아침까지도 작가님이 저 안에서 구름을 만들고 계셨다”고 하자 백 작가는 “다시는 구름은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며 웃었다.
‘연이와 버들도령’ 속 일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공간, 등신대로 만들어진 책 속 캐릭터에 볼을 비비고 껴안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작가는 “두 달간 정신없이 준비하며 스스로 정말 열심히 했구나, 정말 떳떳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힘들었지만 해보고 싶은 건 거의 다 해낸 것 같다”고 했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내달 22일부터 보름 동안은 자유소극장 무대에서 어린이 음악극 ‘달 샤베트’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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