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스페인 향하던 난민선 침몰…30명 이상 실종

선명수 기자 2023. 6. 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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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남부 지중해 해안 경계 강화에 물살 센 대서양 경로 선택

최근 지중해에서 그리스로 향하던 난민선의 전복 사고로 600여명이 희생된 지 불과 며칠 만에 대서양에서 스페인행 난민선 침몰 참사가 발생했다. 2019년 이후 유럽 남부 지중해 해안의 경계가 강화되자, 대서양 경로를 택하는 이주민들의 ‘목숨을 건 항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서양은 물살이 강해 위험하기로 악명이 높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던 고무보트가 모로코 서부 사하라 앞바다에서 침몰해 24명이 구조되고 30명 이상이 실종됐다. 난민구호단체 ‘알람폰’에 따르면 배에 총 59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모로코의 항구도시 아가디르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해상구조대는 침몰 지점 인근에서 어린이 1명과 성인 남성 2명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구호단체들은 이 배가 일찍부터 구조 요청을 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알람폰은 고무보트에 물이 차오르면서 이미 3명이 사망한 시점에 트위터를 통해 “즉각적인 구조를 요구한다”고 밝혔고, 3시간 후 다시 글을 올려 배가 난파된 사실을 전하면서 “왜 아무도 일찍 개입하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스페인의 구호단체인 ‘카미난도 프론테라스’도 이주민들이 12시간 넘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해안경비대는 전날에도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던 52명을 태운 난민선에서 임신한 여성의 시신을 수습했다. 19일에도 이주민 53명을 태운 어선이 당국에 적발됐다. 탑승객 중 3명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스페인 해안경비대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북아프리카에서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는 대서양 경로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이주 루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카미난도 프론테라스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2018년 이후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바다를 건너 스페인에 가려다 숨지거나 실종된 이주민이 1만1200명이 넘는다고 집계했다.

이주민들이 지중해보다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 대서양 경로를 선택하는 이유는 지중해 연안에서 불법 이주민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남부 국가들은 표류하는 난민선을 발견하면 자국 영해 밖으로 견인하는 ‘난민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 특히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사하라 이남에서 온 이주민들을 자국에서 대거 추방하며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민 브로커들이 위험천만한 대서양 항로로 난민들을 내모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중해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난민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난 등으로 최근 몇해 동안 유럽으로의 이주 규모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입국한 난민의 숫자는 2021년 6만7724명에서 지난해 10만5561명으로 급증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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