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출생신고 안 하면 ‘사각’…힘 실리는 ‘출생통보제’
“행정 부담·임신중단 증가”
의료계 반대에 ‘논의 단계’
국회선 관련법 개정안 계류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방치된 ‘미등록 아동’이 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의료기관에서 출생 사실을 행정기관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료계 등의 반대로 아직까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은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 결과 알려졌다. 감사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영·유아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다. 이어 표본조사를 통해 아이의 생사를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에 확인하게 했고, 이번 사례들이 발견됐다.
‘미등록 아동’이 부모에 의해 방치돼 숨지거나 살해, 유기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부모의 방치로 인해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영양결핍으로 숨졌다. 부모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방치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2월 전남 여수에서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생후 2개월 된 영아의 시신이 냉장고에서 발견됐다. 이 아이 역시 부모의 방임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 의무자는 아이의 부모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나 지자체도 아이 출생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교육·복지·의료 등의 지원을 할 수 없고, 이후 행적을 추적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수원 영아 시신 냉장고 유기 사건’ 역시 감사원 감사가 없었다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등록 아동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기관에서 출생 사실을 행정기관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출생통보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행정적 부담’ ‘임신중단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했고,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생통보제 도입’에 다시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론도 이 같은 제도 도입에 긍정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27일부터 3월13일까지 온라인 정책참여공간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이 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 4148명 중 87.4%인 3636명이 찬성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의료기관에서는 아이의 출생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보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의료계는 행정적 부담을 호소하는데, 그 부담을 줄이는 등의 개선을 통해 속히 (출생통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이 출생 등록될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도 명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등록되지 않은 아동들은 다양한 권리들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아동학대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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