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준킬러 대비…이제는 어삼쉬사”

김송이·김세훈 기자 2023. 6. 2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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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킬러 문항 배제’ 지침 후 대치동 입시설명회 가보니
강사들 “땜질 정책, 혼란만 가중”
학부모들 “입시 불확실” 애간장

킬러. 준킬러. 혼란.

기자가 22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각종 입시설명회에선 이들 세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정부가 수능을 5개월 앞두고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하자 학원가도 ‘킬러 문항 없는 입시’에 대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오전 11시. 고등학교 입학 후 어떤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전략설명회’ 강의실에는 학부모 40여명이 들어찼다. “연일 입시 관련 보도가 쏟아지니까 혼란스러우시죠.” 설명회장 연단에 선 한 물리 강사가 설명을 시작하니 학부모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펜을 움직였다. 해당 강사는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제외하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어떤 방향을 갖고 세부적인 사안을 만들기보다 땜질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같은 시각. 인근에서 열린 고등학교 2학년의 여름방학 공부 전략을 소개하는 ‘대입 합격 전략설명회’에서도 비슷한 설명이 이어졌다.

“수능과 관련된 여러 소식 때문에 혼란스러우실 것 같다.”

설명회를 시작한 한 국어 강사가 띄운 발표 화면에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처음 보는 긴 지문을 시험 문제로 내면서 편하게 아이들을 골탕만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는 뉴스 헤드라인이 보였다. 강사는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문제를) 딱 보고 난 후의 느낌을 갖고 많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면서 “지금 나오는 내용만으로는 수능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이어 연단에 선 영어 강사는 “대통령께서 또 실언을 하셨다”면서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빼겠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건 영어 과목 같다”고 했다.

설명회에 나온 강사들은 “킬러가 없어지는 대신 준킬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혼돈의 입시’라는 제목의 발표자료를 보여주며 “이제 ‘어삼쉬사’, 즉 ‘어려운 3점, 쉬운 4점’이라고들 하신다. 흔히 말하는 킬러는 난도가 약해지지만 준킬러가 학생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수능 준비만으로 대학 갈 수 있나” 논술특강 문의까지

대치동 입시설명회 ‘북적’

한 화학 강사는 “화학 과목에서는 오히려 킬러 문항의 난도가 낮아지는 대신 준킬러 문항 개수와 난도가 높아지면서 아이들의 시간을 잡아먹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다”며 “교육부가 공교육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을 다 빼라고 했는데, 과탐은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입시설명회를 연 한 학원 관계자는 “아무리 심화과정을 다 빼고 수능을 내겠다고 해도 솔직히 변별력을 위해선 아예 뺄 수는 없다”고 했다.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한모씨는 이날 또 다른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뒤 기자를 만나 “시험이 결국에는 어떻게든 변별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킬러 문항이 없어져도 준킬러 문항이 중요해질 것 같다”면서 “설명회나 학원들이 벌써 ‘준킬러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한씨는 “원래 고3 모의고사랑 수능이 다음 해 시험이 어떻게 나올지 가늠하는 척도인데 지금 너무 불확실하다”며 “주변에서도 수능 준비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니까 논술 특강 같은 것도 여름방학에 들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고민이 올라왔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뒀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비문학은 다 맞았는데 문학을 2개 틀렸다”면서 “(학원에서) 문학 수업을 너무 안 해주니 아이가 걱정되는 모양인데 이 수업 듣는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얘기하는지 궁금하다. 아이가 흔들리니 안타까운 마음에 묻는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학부모는 “킬러가 대체 무엇인지, 어느 과목에 해당하는 것인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송이·김세훈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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