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유시민·조국 다 빼" 경산시 검열 파문
[권용현 기자(=경산)(thebigblue@kakao.com)]
보수 텃밭으로 알려진 경북 경산시가 '시민 독서감상문대회'에 조국·유시민이 집필한 책 등이 선정되자, 재고(再考)를 권유해 '검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경산시는 "보조금 지원사업에 '좌편향' 항의 민원이 발생해 개입했다"고 해명했는데,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분명히 못 박고 있다.
독서감상문대회, 유시민·조국·문재인 관련 도서선정 '배제'
22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제13회 경산시민 독서감상문대회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나의 한국현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법고전 산책',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책방의 첫 손님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 30여 권이 선정도서로 소개됐다.
시민들은 선정도서 중 원하는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제출하면 되는데, 조국·유시민 등 저서가 포함된 것을 두고 '좌편향'이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특히 극우보수로 알려진 모 고등학교 이사장은 선정도서 목록이 좌편향이라며 "주최 측이 지역신문이라 시정 비판 입막음용으로 돈을 줬을 것이다"고 한 언론을 통해 주장했다.
그는 "보수성향이 강하다는 경북에서도 버젓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시장은 허수아비로 이런 일은 담당자들이 알아서 하나 보다. 내년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면피성 답변 뿐이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경산시 관계자는 10여 명의 반복된 항의 민원이 있어, 행사 주최 측에 도서선정 재고를 '권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논란의 책은 선정도서에서 제외됐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주최 A 언론사 대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산시는 권고를 했다지만,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는 압박감을 느껴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검열은 사람과 생각, 사실을 배제한다"
22일 경산시의회 제247회 정례회, 행정사회위원회에서 양재영 시의원은 '좌편향 도서 제외' 논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양 의원은 "왜 선정도서 리스트에서 일부 도서를 배재했냐"라며, "도서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어느 책을 고를지 그 선택권은 시민에게 있는데 그 자율권이 박탈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요가 없는데, (도서선정 재고를) 권고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산시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사업은 보편적으로 불만없이 원만히 이행되야 한다"라며, "보조금 집행하는데 논란에 여지가 있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요한 사실은 없다, 시 권고가 부당하면 거부하면 그만이다"고 말하며, "보조금이 투입되는 행사에 민원을 방치하면, 나중에 시 담당자들이 지탄을 받는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리노이주는 학교·공립도서관이 금지도서로 지정하거나 제거할 수 없도록 한 법을 제정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금서는 검열을 뜻한다. 검열은 사람과 생각, 사실을 배제한다. 민주주의적이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역사를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한정시키려는 치명적 변종이 일리노이주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서검열에 대해 변춘희 전 서울시교육청 인원위원회 위원은 "모든 책은 저자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쓰여진다는 점에서 가치 편향적이며, 독자는 작가의 가치관을 수용하거나 비판하면서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책을 읽고 독자가 가질 생각까지 염려해 지도하는 것은 곧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 상영작 중 퀴어(성소수자) 영화를 배제하도록 요구하자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쟁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인천시가 앞장서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행정을 하고 있다"며 "인천시 지원을 거부하고, 우리 힘으로 영화제를 치르기로 했다"고 알렸다.
[권용현 기자(=경산)(thebigblu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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