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모디 첫 미국 국빈방문 대대적 환영…중국 겨냥 포석
[미-중 패권 전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1일 뉴욕 유엔본부 잔디밭에서 ‘요가 시범’을 보이는 것으로 본격적인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 포위를 위해 인도의 협력이 필요한 미국 정부는 모디 총리의 방미를 대대적으로 환영했지만, 의회와 인권단체에선 “인권탄압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세계 요가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국립과학재단을 방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방문 행사에는 모디 총리가 30분 늦어 바이든 여사에게 사과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모디 총리는 저녁엔 백악관으로 이동해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비공개 만찬을 했다. 22일엔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의회 연설, 국빈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23일엔 미 기업 대표들과 만남이 예정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국 인도가 중국 견제를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모디 총리를 성대하게 맞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미국을 다섯 차례 방문했지만, 국빈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빈 초청한 외국 정상으로는 모디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다.
미국은 이미 인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인도는 미국이 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꾸린 협의체 ‘쿼드’의 회원국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모디 총리의 국빈방문이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맷 크로니그 애틀랜틱 카운슬 부원장은 “인도는 미국의 최우선순위에 있는 중국 견제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라며 “인도는 인구·규모 면에서 대국으로 함께해야 할 중요한 전략적 이유가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인도 입장에서도 만만찮은 경쟁자인 중국을 상대하려면 미국 등과의 협력이 필수 불가결하다. 인도와 중국의 관계는 2020년 6월 국경 충돌 이후 훨씬 더 나빠졌다.
두 나라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국방·안보, 기술, 기후변화 등을 둘러싼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 미 국방부는 21일 두 나라가 앞으로 군사 체계를 공동 개발하고 공동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미-인도 방어생태계(INDUS-X)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의 무기에 크게 의존해왔던 인도가 이 협력 틀을 통해 대러 의존에서 벗어나는 디딤돌로 삼길 기대하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20년 전엔 미국과 인도가 이렇게 안보 협력을 하게 될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국 간의 기술 협력 강화는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자리를 대체할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특히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일 미국 방문 첫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 미국 첨단기업의 인도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물론 환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디 총리가 인도 내 소수 종교인 이슬람의 인권을 유린하고 야당을 탄압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도에선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2014년 집권한 이후 증오·혐오 발언이 치솟았고, 실제 소수자에 대한 인권유린 사례도 크게 늘었다. 모디 총리는 2002년 구자라트주 선임장관 시절 이슬람 신도가 1천명 넘게 집단 학살되는 폭동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방치하거나 부추긴 의혹으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의 입국금지 대상에 올랐다.
미국의 민주당 의원 70명은 이와 관련한 공개서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인권 문제를 둘러싼 우려를 직접 거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인권은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중요한 문제”라며 “그렇지만 주권국가의 지도자에게 윽박지르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선을 지키며”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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