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아동' 막는다..정부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아살해 등 아동학대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임시신생아번호'만 있는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또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생을 알리는 '출생통보제' 법제화도 추진한다. 경기도 수원에서 친모가 아이를 낳고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해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아동학대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앞으로 임시신생아번호만 존재하는 모든 아동에 대해 경찰청과 질병관리청, 지자체가 합동으로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수원 영아 사망사고 관련해 출생한 아동이 태어난 이후 우리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수원 사건은 감사원이 지난 3월 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출산 기록은 있지만 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 2236명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임시신생아번호만 존재하는 2015~2022년생 아동 중 위험도가 높은 23명을 추려 조사했다. 조사대상은 학령기 아동임에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거나 보호자가 타당한 사유 없이 연락을 거부한 경우 등이다.

현재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 필수예방접종을 위해 '임시신생아번호'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출생신고를 해야 나오는 주민등록 번호와는 별개다.

하지만 접종을 위한 임시신생아번호에는 어머니의 정보는 담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금껏 출생신고 이력이 없는 아동을 추적하는 게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복지부는 우선 위기아동 발굴을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임시신생아번호만 있는 아동도 포함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한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위기 아동을 관리하는 것은 주민등록번호가 존재하는 것만 볼수가 있다는게 이 차관의 설명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의료기관에서 여성이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 도입도 서두를 방침이다. 출생통보제는 의료 기관이 직접 아동의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 정보 시스템에 등록하는 제도다. 해당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의료기관 등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호 출산제는 의료 기관에서 여성이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다.

이 차관은 "출생통보제는 이미 법안 자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가 있고 의료계와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협의가 끝나는대로 법사위를 통과하면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에는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밖 출산아는 연간 100~200건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며 "일정한 상담을 통해 익명으로 출산을 하고 출산한 아동에 대해서는 보호조치하는 보호출산제도가 지금 있지만 상임위 법안에 계류돼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국회 협의를 거쳐서 도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