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100%" 바람 잡아 주가 띄워…물량받이로 개미 악용

최예빈 기자(yb12@mk.co.kr),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3. 6.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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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슈퍼개미·유튜버 대거 기소

◆ 증시 리딩방 수사 속도 ◆

이원석 검찰총장이 현직 검찰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22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불공정거래에 대한 '일벌백계' 의지를 강조했다. 이충우 기자

투자자 이 모씨는 지난해 7월 '유망 종목을 공유한다'며 웹페이지 링크가 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웹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수천 % 단위의 목표 수익률과 '환불 보장' 등 믿을 수 없는 홍보 문구가 난무했다.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려고 하자 수백만 원을 요구했고, 이씨는 고민 끝에 투자를 포기했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데다 당시 주식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았던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개미들을 현혹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서 성행한 '주식 리딩'이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전락하자 검찰이 칼을 뽑았다. 주식 리딩방·유튜브 운영자들은 회원이나 시청자를 시세조종의 도구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 이용자도 범행에 연루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의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채희만)는 주식 리딩을 악용한 선행매매 등 사기적 부정거래 사건 4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6개월간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선행매매는 리딩방·유튜브 운영자가 특정 종목의 주식을 미리 매수한 사실을 숨기고 리딩방 등 이용자들에게 그 종목을 고가에 매수하라고 추천한 뒤, 자신은 시세차익을 얻는 사기적 부정거래 수법을 뜻한다.

검찰에 따르면 '슈퍼개미'로 불리며 구독자 55만명을 모은 유튜버 김 모씨(54)는 2021년 6월 3만원대 초반이던 A주식에 대해 "6만원, 7만원 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자신이 미리 매수한 종목을 반복적으로 추천했다. 김씨는 주식 방송 유튜브 채널 중에서 구독자 수 기준 4위에 오르며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그는 거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외국계 증권사 매매로 나타나게 되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사용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주식을 팔 땐 "외국인들이 매도해서 짜증 난다"며 시청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얻은 부당 이득액은 58억원에 달했다.

다수의 주식 전문 방송에 출연한 송 모씨(37)는 자신이 방송에서 추천한 63개 종목을 선행매매한 혐의를 받는다. 송씨는 방송작가를 통해 다른 주식 방송 출연자가 추천할 종목까지 알아내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그는 유료 리딩방을 운영하며 원금 보장을 약속하고 투자금 133억원을 모집해 투자하기도 했다.

무료 카카오톡 리딩방을 이용해 선행매매한 양 모씨(30)는 구속기소됐다. 양씨는 공범 안 모씨(30), 신 모씨(28)와 10~20개 리딩방을 동시에 운영하며 28개 종목을 추천하고 부당 이득 3억6400만원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제 관련 TV 방송에도 출연한 양씨는 국내 증권사가 주최하는 실전 주식투자대회에서 선행매매 방식으로 수익률 1위를 달성했으나 범행이 발각돼 수상 자격이 박탈되기도 했다.

구속기소된 또 다른 김 모씨(28)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료 카카오톡 리딩방에서 주가조작 세력이 B사의 최대주주 지분 매각 과정에 개입해 주가를 올린다고 매수를 추천했다. 김씨의 말을 듣고 주식을 매매한 회원들은 주식이 급락하면서 150억원 이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현재 김씨를 이용해 주가를 상승시킨 주가조작 세력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김씨는 이들로부터 회원 모집 성과급 2억원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에 기소된 피고인 5명이 얻은 부당 이득에 대해 모두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고, 송씨에 대해서도 기소와 동시에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해 범죄수익을 철저히 박탈했다"며 "앞으로도 불법 주식 리딩 관련 불공정거래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를 구속 수사하고 범죄수익을 박탈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용자도 범행에 연루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대 검찰총장으로는 처음으로 이원석 검찰총장이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것은 주식 리딩방 등으로 인한 주가조작 피해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주식 리딩방 피해 관련 상담 건수는 2018년 7625건에서 지난해 1만8276건으로 2.5배나 증가했다. 유사투자자문 업체 수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 업체 수는 2020년 1254개에서 올해 5월 현재 2139개로 70%가량 증가했다. 유사투자자문 업체는 금융당국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는 업체로 '투자자문'이라는 문구를 법인명에 쓸 수 없고, 일대일 자문도 할 수 없다. 금감원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특별단속반을 구성해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일제·암행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최예빈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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