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아동' 막을 출생통보제 놓고 … 복지부·병원 4년째 네탓 공방
병원이 직접 신고하는 제도
행정 부담에 의료계는 난색
추적관리 못한다던 복지부
뒤늦게 "실태조사 나설것"
◆ 사라진 아기들 ◆
미신고 영·유아가 2000명에 달하고 가정과 정부의 방치 속에 사망자가 속출하는 후진국형 사태에 복지 당국의 부실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번 감사원의 조사로 실태가 드러나기 전까지 법적 근거 미비를 이유로 미신고 영·유아에 대한 당국의 실태조사는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의료기관의 출생통보를 의무화하는 출생통보제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10년 넘게 의료계와의 갈등으로 법률 도입이 무산됐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도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2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작년까지 출산기록은 있지만 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이 223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질병관리청 필수예방접종자료에는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가운데 무작위로 산출한 23명에 대해 생사를 확인한 결과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등 수사당국이 미신고 아동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 향후 추가 사건이 확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아동학대 방지와 복지를 맡은 보건복지부가 이 같은 미신고 아동에 대한 조사와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미신고 아동에 대한 추적관리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급여나 영·유아건강검진 실시 기록을 활용해 아동보호를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동은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출산 관련) 개인정보는 목적 이외에 사용이 불가능하고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며 "감사원이 확보한 질병청 예방접종명단의 신생아 정보는 모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해당 자료로 조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원에서 발견된 아동은 출생 아동 필수 예방접종에서 부여되는 임시신생아번호를 통해 발견됐는데 아동을 추적해서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막기 위한 법 개정도 지지부진하다. 복지부는 지난 4월 아동정책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만 2세 이하 위기 아동을 전수조사하고 유령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정부에 직접 통보하는 제도로, 출생 미신고 아동도 관리시스템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출생통보제를 포함한 '가족관계등록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호출산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산모의 익명성을 보호해 낙태와 영아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법제화는 요원하다. 출생통보제가 2019년부터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통과되지 못했던 이유다.
의료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출생신고 공백을 없앨 수 있음에도 책임을 민간에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출생신고 문제는 10여 년 동안 지속돼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활용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충분히 실행 가능함에도 정부가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오늘의 사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는 의료기관에서 임산부의 의무기록을 입력하면 심사평가원에서 해당 기록을 각 지자체로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양세호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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