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장애인복지관에 연기 가득…“거기 밀고 나가요”

소방 훈련 현장 가보니

22일 인천 서구에 있는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검단소방서 소방관들이 복지관 직원과 이용 장애인을 대상으로 소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앞에 보이는 자동 방화 셔터에 빨간색으로 비상문 표시가 돼 있어요. 그곳을 밀고 나가시면 됩니다.”

22일 오후 2시께 인천 서구에 있는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 1층에서 지하 1층 사이 계단에 뿌연 연기가 들어찼다. 흰색 헬멧을 쓴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센터 이용자 5명이 검단소방서 소방관의 안내에 따라 입과 코를 막고 연기가 가득 찬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 다다른 뒤 이들은 자동 방화 셔터의 비상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이날 진행된 훈련은 인천소방본부 검단소방서가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는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맞춤형 소방훈련 프로그램이다. 오전과 오후를 포함해 약 1시간 넘게 훈련이 이어졌다. 오전에는 의용소방대와 함께 하는 소방 훈련이 진행됐고, 오후에는 불이 났을 때 소방서에 신고하는 법, 연기가 가득 찬 건물에서 자동 방화셔터의 비상문으로 탈출하는 방법 등 훈련이 이뤄졌다.

검단소방서는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 직원과 이용 장애인 20~30명을 대상으로 3~9월 매달 한 번 119 신고 요령, 소화기 및 옥내 소화전 사용 방법, 심폐소생술, 대피훈련 등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소방훈련의 목표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장애인들이 119 신고부터 대피까지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방서가 장애인종합복지관을 대상으로 매달 정기적으로 소방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 직원들과 이용 장애인들은 이런 소방 훈련이 실제 상황일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평가한다. 자폐성 장애인인 황아무개(24)씨는 “실제 상황을 가정해 훈련해서 도움이 된다”며 “매달 훈련을 받는 것이 지겨운 감도 있지만, 계속 (소방 훈련을) 하니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지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지원팀 대리는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에게는 같은 훈련을 반복해 행동요령을 각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소방서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진행하니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회도서관의 ‘장애인 소방안전교육·훈련 및 자체소방대 설치 근거 신설’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인구 10만명당 화재 사상자 수는 비장애인의 경우 2020년 4.6명에서 2021년 4.3명으로 줄어든 것에 비해 장애인은 6.9명에서 9.1명으로 늘었다. 사상자 발생률도 장애인이 1.6~2.2배 높았다. 송태철 검단소방서장은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지역 특수학교 등 재난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맞춤 훈련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