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성폭행 증거 충분", 실제론 "혐의 없음"…헌재, 피의자 신상공개 심리

여도현 기자 2023. 6. 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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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수사단계에서 경찰 결정에 맡기는 건 무죄추정원칙 위배"
헌법재판소가 성범죄자 신상을 수사 단계에서 공개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는 것인지 처음으로 심리하고 있습니다.

N번방 영상을 3000개 넘게 가지고 있던 이 모 씨의 신상도 공개하는 건 위헌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법원이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JTBC가 실제로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서를 확인해보니 이 씨의 경우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은 혐의에 대해서 경찰은 증거가 충분하다며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 결정했습니다.

#신상공개결정문 보니 경찰 "'강간' 입증됐다"…실제론 "혐의없음"

이 씨는 텔레그램 'n번 방'에서 아동성착취물을 유포한 닉네임 '켈리'로 부터 3000개가 넘는 영상을 샀습니다. 지난 2020년 7월,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졌지만,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신상공개를 피했습니다. 아직 신상공개를 둘러싼 법적인 다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씨 측은 "인정되지도 않은 죄까지 신상공개 이유로 포함됐기 때문에 공개를 멈춰야 했다"는 것입니다.

JTBC가 실제로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 의결서와 불기소이유서를 확인했습니다.

신상공개 결정 의결서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문에는 "청소년 강간, 유사강간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범죄가 중대하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검찰은 이 혐의들은 빼고 이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성폭행이 아니었고 증거도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불기소결정문

법원에서도 이 씨는 성폭행을 뺀 나머지 혐의인 N번방 영상물 소지와 음란물 제작, 배포, 아동 성매매 혐의만 인정돼 징역 5년이 확정됐습니다.

#법원, 수사단계 신상공개 제동…"규정도 없이 모든 사항을 경찰관에게만 맡겨선 안돼"

이 씨의 신상공개를 두고 다투는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는 지난해 10월, 신상공개 규정(성폭력특별법 제25조)에 대해 위헌법률제청을 했습니다. 피고인이 재판부에 위헌인지 따져달라고 낸 신청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재판부가 직접 해당 조항이 위헌 여지가 있다고 보고 직권으로 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원의 선고 후 '신상공개 알림e'에 등록되는 신상정보공개 결정과 달리 해당 조항은 수사하는 단계에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어떠한 절차나 규정 없이 모든 결정 사항을 오로지 사법경찰관 결정에만 맡기고 있다"고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며 제청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헌재 결정 따라 신상공개 확대 방향에도 영향 줄 듯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신상공개 확대 법률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일 정부·여당과 법무부는 중대범죄, 아동 대상 성범죄, '묻지마 폭력' 범죄자까지 신상공개 하는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수사단계의 '피의자' 뿐만 아니라 '기소 후 피고인'까지 공개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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