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한국서 보험금 1800만원 탔다" 인증 릴레이…"나도 가입" 들썩

정심교 기자 2023. 6.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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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3일에 나눠 총 1800만원 가까이 받았다는 중국인 여성이 올린 인증샷. 그중 665만원은 별도로 챙길 수 있는 진단금으로 추정된다. 이 여성은 "한국에서 싸게 가입해 수일 내로 큰 돈을 받을 수 있다"며, 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사진=샤오홍슈 화면 캡처.

우리나라에서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외국인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인만 건보 재정에 손실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적잖은 중국인이 한국의 실손보험 등 민영보험에 가입해 수천만 원까지 보험금을 타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부 중국인들이 한국 민영보험에 들었다가 혜택을 받은 것을 SNS 등에 남기면서 알려졌다.

22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최근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에는 한국에서 '실손보험'뿐 아니라 '정액담보 상품' 등 민영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받았다는 중국인들의 후기와 인증샷이 수백 개 검색된다. '실손보험'은 쉽게 말해 '내가 낸 돈의 대부분을 돌려받는 것'으로, 질병·상해로 치료받을 때 가입자가 낸 실제 의료비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이다. 흔히 '실비(실손의료비)'라고 불리는 보험상품이 실손보험이다.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에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상받을 수 있다. 반면 '정액담보 상품(또는 정액형 보험)'은 진단금·수술비·입원비 등이 해당한다. 예컨대 암 진단금 1000만원짜리 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암으로 진단받았다면 병원에 낸 진료비 대부분을 실비로 받으면서 진단금은 별도로 1000만원 받았다면 1000만원을 별도로 챙길 수 있다.

한 중국인 여성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한국에서 3000만원 상당의 수술을 받고, 공단부담금(40만원)을 제외한 총 260만원을 지불했다. 그는 이후 보험사에 실비를 청구해 200만원을 돌려받았다. 그는 자신이 메리츠화재에서 월 1만원대의 실손보험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엔 "실비 보험료가 한 달에 2만원도 안 된다고? 그렇게 싸다고?", "나도 800만원짜리 수술받았는데 200만원만 냈다", "나도 당장 가입해야겠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중국인은 "한국에서 총진료비가 30만9000원이 나왔고, 본인 부담금으로 낸 15만3190원에서 11만3290원을 돌려받았다"며 "한국 내 체류하는 중국인은 반드시 실손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가입을 독려했다. /사진=샤오홍슈 화면 캡처

과연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인이 실손보험 등 민영보험 혜택을 얼마나 받고 있을까.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에 특정한 한국 민영보험 가입 현황 데이터는 아직 없다. 다만 지난해 보험연구원의 연구 자료에서 중국인의 가입 열기를 유추할 수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14~2020년 국내 '등록외국인'의 보험 가입 증가율은 한국인보다 더 높았다. '등록외국인'은 국내 90일 이상 체류해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사람으로, 국내에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이다.

특히 등록외국인 가운데 30대(20.7% 증가)와 60대 이상(21.3% 증가)의 보험 가입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같은 연령대의 30 한국인은 오히려 2.2% 줄고, 60대는 11.2%만 증가한 것과도 차이를 보인다. 2020년 국내 등록외국인은 114만6000명으로, 그들 중 대다수가 조선족(28만7000명)과 아시아인(77만4000명)이었다. 여기서 아시아인 대다수는 한족 등 중국인과 베트남인이다. 한마디로 국내 90일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 가운데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이들의 보험금 청구 항목은 질병 진단(26.8%), 질병 통원비 실손(18.9%), 질병 입원비 실손(16.8%), 질병 수술(6.8%), 상해사망(4%) 순으로 많았다.

문제는 중국인이 국내에서 보험에 가입할 때 기존의 병력이 있는 환자가 "해당 병력이 없다"고 허위로 체크한다 해도 알 길이 없다는 것. 예컨대 중국에서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받지 않은 채 한국에서 90일 이상 체류한 후 '암 병력이 없다'고 허위 체크해 보험을 청약해 가입됐다면 암 진단금까지 다 챙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험업계에서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런 식으로 보험금 허위·과잉 청구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면 보험금이 누수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우리 국민의 보험료가 전체적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홍슈에서는 수천만 원 가까이 보상받았다는 '고액 인증' 게시물도 적잖게 발견된다. 중국인 B씨는 지난해 한국에서 세 차례 수술을 받아 보험사에서 입금된 내역을 캡처해 자랑했다. 이 글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8월 한국에서 수술 후 AIG손해보험에서 300만원을, 라이나생명보험에서 35만원을 받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비는 1원 단위까지 구체적인 숫자로 입금되는 경우가 많은데, 뒤 네 자리가 0으로 끝난 경우 실비보다 정액담보 상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씨는 그해 10월 메리츠화재에서 330만원(정액담보 상품 추정)과 2만4588원(실비 추정)을, 현대해상에서 1015만5997원(실비 추정)과 110만4324원(실비 추정)을 받았다. 모두 합해 1793만4909원을 보상받은 것이다. B씨는 "한국에서는 수술받고 나서 보상금 받기가 너무 쉽다. 청구하면 돈이 수일 내로 빨리 들어온다"며 "여러분 모두 친절한 보험설계사 만나길 바란다"라고도 덧붙였다. 댓글에선 "보험금 타내기의 고수"라고 그를 치켜세우며 "나도 오늘 당장 한국에서 보험 가입해야겠다"라고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으로 고액을 받은 경우 가입 당시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허위 가입, 허위 청구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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