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동 ‘2236명’ 전수조사 실시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법제화 조속 추진”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동 학대 대응과 관련해 임시 신생아 번호 관리아동 실태조사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등 미등록 영아 유기·살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정부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호출산제’ 등을 도입해 병원 밖에서 태어나는 아이도 최대한 제도권 안으로 끌어올 계획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아동학대 대응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복지부는 감사원 감사 2236명 중 일부만 확인된 점을 감안해 앞으로 임시 신생아번호만 존재하는 모든 아동에 대해 경찰청, 질병청, 지자체가 합동으로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자체를 통해 아동 보호자에게 연락해 아동의 안전상태를 확인하고,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 필수예방접종을 위해 임시 신생아번호가 부여된다. 주민등록번호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부여되지만 임시 신생아번호는 자동으로 나온다. 감사원의 보건당국 정기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수원 미등록 영아 살해 사건도 임시 신생아번호를 통해 발견했다.

그간 임시 신생아 번호에는 산모의 정보가 담기지 않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복지부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산모를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위기아동 발굴을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임시 신생아번호만 있는 아동도 포함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한다.

복지부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출생통보제’ 도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관련 내용을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차관은 “빠른 시일 내에 국회와 의료기관 등 협의를 거쳐서 (법안이) 잘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시 신생아번호도 부여할 수 없는 ‘병원 밖’ 출산 신생아 관리를 위해 ‘보호출산제’ 도입도 추진한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출산 건수의 99.8%가 의료기관 내 출산으로 복지부는 병원 밖 출산 건수가 연간 약 100~200건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경제·사회적 이유로 병원 밖에서 홀로 출산하고 영아를 유기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지자체가 병원에서 출산한 아이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복지부는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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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