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눈앞이었는데…시의회 발령나면서 ‘없던일로’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인천시 고위공무원 징계 무산

인천시청 전경.|인천시 제공

업무추진비를 부정하게 사용해 인천시로부터 중징계 요청을 받게된 인천시 고위 공무원이 인천시의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돼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감사원은 인천시의회에 대한 감사를 벌이면서 이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

22일 인천시와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인천시 고위 공무원 A씨는 업무추진비를 부정하게 사용했는데도 인천시의회에서 ‘불문’ 처리했다.

사연은 A씨가 인천의 한 구청에 몸 담았던 2019년부터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시 감사관실은 당시 A씨가 업무추진비 552만원을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5월 인천시의회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중징계는 파면과 해임·강등·정직 등에 해당한다.

그러나 인천시의회는 A씨를 불문 처리했다. 인천시가 중징계를 요청한 당시 A씨는 인천시의회에서 사무처장 겸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인사권이 인천시의회에 있던 것이다.

인천시의회 관계자는 “A씨 징계를 위해 구성된 인사위원회에는 징계 대상자인 A씨는 물론 시의회 직원들이 모두 빠졌다”며 “외부인사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A씨를 불문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불문 처리된 것에 대해 재심을 요청했지만 2심에서도 불문 처리됐다”고 말했다.

A씨를 불문 처리한 외부 인사위원의 명단 공개를 요청했지만 인천시의회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의회의 인사권이 독립된 만큼 인천시는 A씨를 징계하지 못한다. A씨는 인천시의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징계를 피한 셈이다. 인천시의회에서 불문 처분을 받은 A씨는 1년만에 다시 인천시로 복귀해 근무하고 있다.

인천시 감사실은 A씨가 업무추진비를 부당사용한 것과 관련해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법기관에 수사의뢰나 고발도 하지 않았다.

인천시 감사실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 A씨를 특정할 수 있어 공개를 안 했고 업무추진비가 사적 영역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고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무추진비는 부구청장으로 재직할때 일요일에 출근해 업무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사진과 일정 등을 모두 증거로 첨부해 불문 처리를 받았다”고 말했다. 시의회 소속으로 옮기면서 징계를 피했다는 지적에는 “인사권이 독립된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줄도 모르고 의회로 발령이 나서 갔던 것뿐”이라며 “악성 민원인 고발로 시작된 감사였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