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무늬만 제주특별자치도 포괄적 권한이양 가능할까
제주도 제출 과제 57건 중 정부와 국회 심의 거쳐 30건만 포함
국세의 제주도세 이양 등 재정특례와 핵심권한은 삭제
감염병 발생시 도지사가 즉각 무사증 입국 금지 요청 등은 통과
7단계 제도개선 거치며 핵심권한은 빠지고 절차 진행도 더뎌
지역 형평성 논리에 가로막혀 번번히 좌절
17년째 무늬만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비판 이어져
한번의 법 개정 통해 일괄적으로 권한 이양받는 방식으로 전환 계획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3년 6월 22일(목) 오후 5시 00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인 기자
◇박혜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전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안들을 분석하는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 오늘(22일) 103번째 시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제도개선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구요?
◆이인> 어제(21일) 제주특별자치도 7단계 제도개선 과제가 담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반쪽짜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그래서 앞으로는 포괄적 권한 이양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박혜진> 국회를 통과한 7단계 제도개선부터 살펴볼까요, 오래 걸렸어요?
◆이인> 지난 2021년 11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으니까요. 제주특별자치도 7단계 제도개선안은 1년 7개월, 19개월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최종 통과된 제도개선안은 손질에 손질을 거듭하면서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혜진> 왜 그런가요?
◆이인> 우선 정부와의 논의 단계에서 제주도가 요구한 과제들이 많이 잘려 나갔습니다. 도의회 동의를 거쳐 제주도가 57건의 제도개선 과제를 제출했는데 정부는 36건만 수용하고 나머지 21건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박혜진> 핵심 과제들이 많이 손질됐다구요?
◆이인> 재정특례 사항들이 대거 잘려나갔습니다. 국세의 제주특별자치도세 이양, 면세점 매출의 관광진흥기금 부과, 카지노업 갱신허가제 도입 등으로 특별자치도 추진에 필요한 핵심 과제들이 삭제됐습니다.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위한 과제도 정부가 불수용했습니다.
◇박혜진> 국회 심사 단계에서도 제도개선 과제들이 걸러졌어요?
◆이인> 우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주민조례 발안 청구 요건을 완화하는 과제와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립절차의 도조례 위임 등이 삭제됐고 법사위에선 카지노 양도양수 사전인가제 등이 담긴 특례가 걸러지면서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제주특별자치도 7단계 제도개선 과제는 30건 이었습니다. 당초 제주도가 제출한 57건의 과제가 정부와 국회 심의를 거쳐 절반 가까운 27건이 잘려 나간 겁니다.
◇박혜진>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주요 과제들은 어떤 겁니까?
◆이인> 제주특별자치도 7단계 제도개선이 담긴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6차례 제도개선 과정에서 미흡했던 사항들을 보완하는 내용들인데요. 크게 자치권한 강화와 지역상생 발전, 청정환경 보전 등의 과제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박혜진> 자치권한 기능 강화를 위한 과제들부터 살펴보죠?
◆이인> 우선 주민자치회를 자율적으로 시범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장과 감사위원 선정 시에는 선정·추천위원회의 절차를 거치도록 명시해 도지사 지명 등의 방식이 아닌 공모를 통한 추전으로 변경됐구요. 특히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등 재난 발생 시에는 도지사가 법무부장관에게 즉각 무사증 입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습니다.
◇박혜진> 지역상생 발전 분야의 과제들도 소개해주시죠?
◆이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지정면세점 수익금의 5% 이내를 지역농어촌진흥기금으로 출연하는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또 제주의 교통상황을 반영한 버스전용차로 운영을 위해 전용차로의 종류, 전용차로 통행가능 차종 등에 관한 사항을 제주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박혜진> 청정환경 보전 과제는요?
◆이인> 세계환경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도 조례에서 법정계획으로 격상하고, 관련된 국가의 역할을 강화했습니다. 절대·상대·관리보전지역 행위제한 위반사항에 대해 원상회복 명령과 대집행 근거 규정을 신설하고,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변경협의 대상 기준도 이양 받았습니다.
◇박혜진> 청정환경 보전 과제 중 지하수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도 있었죠?
◆이인>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도 이뤄졌습니다. 물 관련 계획의 최상위계획으로 통합물관리기본계획 수립 근거를 마련했고 지하수 굴착과정에서 오염 유발 가능성이 있는 굴착행위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했습니다.
◇박혜진> 제도개선 성과가 분명히 있었지만 제주도가 당초 요청한 과제들이 대거 잘려 나가면서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많죠?
◆이인> 절반 가까이가 삭제됐고 또 핵심 이양 과제로 손꼽힌 재정특례 등은 정부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7차례에 걸친 제도개선 과정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부와 국회의 두터운 벽만 실감해야 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가 당장 포괄적 권한 이양 방식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죠?
◆이인> 당장 오영훈 제주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요. 오 지사는 어제(21일)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메시지를 발표하고 포괄적 권한 이양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습니다. 행정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는 법률 단위로 사무를 이양받는 포괄적 권한 이양 방식으로 대전환하겠다는 겁니다.
◇박혜진> 포괄적 권한 이양 방식으로 하면 어떻게 달라지는 건가요?
◆이인> 7차례 제도개선이 있었다고 했지 않습니까. 각 과정 과정마다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해서 정부와 국회의 심의를 받는 방식이 지금까지 해왔던 단계별 권한 이양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포괄적 권한 이양은 한번의 법 개정을 통해 일괄적으로 권한을 이양받는 방식입니다.
◇박혜진> 핵심 권한은 쏙 빠지고 그마저도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죠?
◆이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할 때는 연방제 수준의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거창한 얘기가 있었구요. 국방과 외교, 사법을 제외한 모든 중앙 정부의 권한을 이양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번번히 지역형평성 논리에 가로막혀 좌절됐고 그마저도 제도개선 과제에 대한 국회 심의는 평균 2년 가량 소요되는 등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이 때문에 무늬만 특별자치도라는 비판이 17년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혜진> 세종시와 강원도가 잇따라 특별자치도에 뛰어 들면서 일괄적 권한 이양 방식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죠?
◆이인> 강원특별자치도는 특별법 제개정 작업을 거쳐 일괄적 권한 이양을 받고 있습니다. 홀로 외롭게 단계별 제도개선을 통해 더디게 권한 이양을 받았던 제주도로선 억울할 측면이 있을텐데요. 하지만 오히려 세종이나 강원과 힘을 합쳐 정부와 국회를 설득한다면 그동안 지역 형평성 논리에 가로막혔던 핵심과제를 포괄적 권한 이양 방식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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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이인 기자 two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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