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정인이…'양형 부당' 주장은 가해자 위해서만 가능?
"피해자도 양형 부당으로 상고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일면식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까지 시도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최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같은 청원 게시글 내용을 공개했다.
A씨는 "2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해 이제야 제대로 된 1심을 한 것 같은데 가해자는 양형 부당이 가능하고 왜 검찰은 하지 못하나"라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 것 아니었나"고 썼다.
이 사건 가해자 B씨는 지난해 5월22일 일면식 없는 A씨 뒤를 쫓아가 발로 머리를 가격했다. A씨는 갑자기 날아온 돌려차기를 맞고 그대로 쓰러졌으나 B씨의 폭행은 계속됐다. B씨는 사건이 벌어진 오피스텔 입주민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그제서야 달아났다.
당초 1심에서는 B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만 적용돼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2심 재판 과정에 피해자가 입었던 청바지에서 B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가 드러나면서 강간살인 미수로 공소장 내용이 변경됐다.
2심에서 검찰은 B씨에 대해 징역 35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강간살인 미수 혐의는 인정됐지만 살인이 미수에 그친 점, 살인의 고의가 미필적인 점, 불우한 성장 환경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
B씨는 곧장 2심 판결이 무겁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B씨는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에서 "처벌받는 게 마땅하지만 왜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구형량 절반 수준인 형량에도 정작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10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된 사건에서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을시' 상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피고인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대법원이 1962년 '형사소송법상 양형 부당 이유 상고는 피고인에게 최후의 구제 길을 마련하기 위한 것일뿐 검사는 상고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검찰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는 모두 기각돼 왔다.
국민적 공분을 산 '정인이' 사건에서도 검찰의 양형 부당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장모씨에 대해 2심 징역 35년 형량이 적다며 양형 부장을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상고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2년 전 또래 중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 중학들에 대해서도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1심보다 줄어든 징역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형사소송법에 10년 이상 징역의 경우에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중형을 받은 피고인의 억울함이 있을 수 있으니 한번 더 검토를 할 수 있게 정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대법원 상고심은 사후심, 법률심이기 때문에 양형과 사실관계 판단은 원심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을 위해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62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검사의 상고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형사사법정의와 무기대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려 다시 한 번 판단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법정에 와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정작 피해자는 소에서 늘 제3자의 위치"라며 "피해자가 항소심 형량이 부적절하니 한 번 더 다퉈달라고 해도 검사는 피해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해당 판례를 다시 논의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어차피 기각될 것을 예상해 상고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상고하고 판례 변경을 요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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