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자사고 존치·자율평가 강제’ 비판···교육부-교육청 갈등 불붙나
“자사고 존치, 사교육 경감 대책과 모순···
학업성취도 평가, 사실상 전수평가 강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해 사교육과 학력 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교육 수장이자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 교육감이 교육부의 방안을 지적하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이 맞서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조 교육감은 22일 입장문을 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정부의 큰 정책 방향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면서 “정부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세부 방안이 포함돼 있어 이번 방안이 대책으로 가능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으로 제시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자율형공립고 등의 시행 및 지정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교육부가 힘을 쏟고 있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또한 기기 보급, 교육과정 운영 등에서 교육청의 협조가 필요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대립 구도가 공고해지면 앞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의 ‘자율형사립고 존치’ 방침을 두고 ‘이들 학교에 대한 쏠림이 심해지고 사교육 수요가 자극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 자사고를 희망하는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일반고 희망 중학생의 1.7배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절대평가가 적용되면 학교별 내신 유불리가 줄어들어 자사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다양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자사고 존치 결정은 현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과 모순된 정책”이라고 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결과 공개에 대해서도 일선 교육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성취율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면 과거 일제고사 전면 시행으로 유발됐던 부작용이 재연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감이 자율평가의 전체 학생 참여 여부를 정하도록 ‘권고’한다고 했으나, 참여 여부는 시·도교육청 평가 및 학습지원 담당 교원 배정에 반영된다. 조 교육감은 “사실상 평가를 강제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갖기에 충분하다”며 “발표한 방안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학교 서열화로 인한 지역 간 학력 격차 심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양산될 수 있다”고 했다.
전교조도 22일 논평을 내고 “(이번 교육부 방안은) 공교육 경쟁력과 무관한 사교육 양성 대책”이라며 “교육부가 지금처럼 앞뒤가 다른 교육정책을 지속한다면 국민적 우려를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방침에 대해서는 “성적에 따라 학교가 다양하게 분류되는 ‘서열화’를 ‘다양한 교육’이라고 우긴다”고 비판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평가 자율평가에 대해서도 “표본조사만으로도 충분하다”라며 “노골적으로 성적을 강조하는 정책이 성적 격차를 오히려 조장한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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