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과징금 못내겠다" 임찰담합 아스콘 조합 파산신청 기각

법원 "파산절차 부당 이용…제도 취지에 반해"

대전지방법원./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입찰 담합이 들통나 많게는 십수억대 과징금을 물게 된 대전·세종·충남권 아스콘 사업자들이 제기한 파산신청이 모두 기각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파산부(재판장 오영표)는 지역 아스콘업자들이 설립한 A조합과 하위 조합 5곳이 제기한 파산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A조합은 지난 2014~2015년 하위 조합 2곳을 세워 대전지방조달청이 실시한 대전·세종·충남지역 관수아스콘 입찰에서 입찰담합행위를 하다 적발돼 지난 2017년 및 2021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 5억~11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아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A조합은 하위 조합 3곳을 추가 설립해 또다시 임찰담합 행위를 하다 적발돼 2021년 11월 각 5억~13억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이들은 과징금을 낼 돈이 없다며 납무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파산신청했으나 과징금은 다소 감액된데 비해 파산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입찰담합행위를 통해 이익을 취한 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음에도 채무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파산절차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성실한 채무자의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면서 채권자에게 공평한 만족을 보장하려는 파산제도의 취지나 기능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청인들은 현재 남아있는 예금 등 자산조차 조합원들에게 배분하는 등 채권자의 이익이 아닌 채무자 등의 이익만을 도모할 목적으로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신청인들이 파산 요건인 지급불능 또는 부채초과상태인지도 의문이고 변제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전지법 형사4단독 황재호 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조합에 벌금 3500만원, 하위 조합 3곳에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한 바 있다.

kjs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