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중1 전수평가 적극 ‘권고’…교육청 참여는 ‘미지수’
이주호 “표집평가로 기초학력 미달 늘어”
진보 교육감 다수…적극 참여 어려워
교육부 “전수평가 필요하단 공감대 이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교육부가 공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해 초3·중1 대상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전수 참여로 17개 시도교육청에 적극 권고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큰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이 다수인 상황에서 전수 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초3·중1에 책임교육학년제를 도입해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도교육청에 적극 권고하고 참여 여부를 교육청 평가에 반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7년 표집평가로 전환된 이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3배가량 증가하는 등 학생들의 학업 성취수준이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학교 서열화 등을 우려,
내년부터 초3부터 고2까지 확대되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확대된 바 있다. 학생들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지난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참여한 학생수는 16만1198명으로 전체 학생의 12.2%에 불과했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다수 학교가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교원단체 등을 중심으로 전수평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참여도가 떨어지게 된 것“이라며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권고해 최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이러한 계획이 현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중 절반 이상인 9곳의 교육감이 진보 성향이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 교육감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 계획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학업성취도 평가 일제고사화를 반대한다“며 ”자율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나머지 8개 지역에서도 높은 참여도는 보장할 수 없다. 현재 경기·강원·충북·경북·대구·대전·부산·제주 지역이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지역인데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 높은 참여도를 보인 곳은 부산(81.4%)뿐이었다. 그 다음이 제주(45.8%)였고 나머지 6곳은 전국 평균 수준 또는 이하에 그쳤다. 보수 성향의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각 시도교육청의 분위기는 다소 소극적인 분위기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한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지만 전수평가에 대해 신중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한 교육청 관계자 역시 ”(이번 결정에 대해) 아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신장에 대한 공감대를 시도교육청과 이뤘기 때문에 높은 참여도를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발표 전부터 전국 시도교육감들을 찾아가며 평가의 필요성을 말씀드렸고 긍정적인 답변을 한 교육청들이 꽤 된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학력 신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교육감들이 많은 만큼 참여도가 높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교육학자들은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수평가를 택하지 않는 교육청들에서는 학생들이 개인적으로라도 수준을 평가받을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건강을 파악하기 위해 검진을 받고 치료를 받듯 기초학력도 마찬가지“라며 ”전수조사를 택하지 않는 교육청들은 학생이 개인적으로 시험을 치르고 그 내용을 담임교사에게 전달해 수준에 맞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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