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과 정신장애 연관 지은 SBS '그알'…“전형적인 구태, 편견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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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정유정 사건을 다루며 자폐 성향과 범행이 연관된 것처럼 보이게 보도한 것은 "정신장애에 대한 잘못된 낙인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이 보도에 대해 "당사자와 가족을 대면해 심층적으로 면담하고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폐 성향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장애를 겪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사회적으로 편견을 심각히 조장할 수 있다"며 "전문가를 인용해 피의자 정유정이 자폐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사실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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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정신의학회, 장애인부모연대 등 비판 성명
SBS "직접 만나 상세히 설명할 것"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정유정 사건을 다루며 자폐 성향과 범행이 연관된 것처럼 보이게 보도한 것은 "정신장애에 대한 잘못된 낙인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이 보도에 대해 “당사자와 가족을 대면해 심층적으로 면담하고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폐 성향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장애를 겪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사회적으로 편견을 심각히 조장할 수 있다”며 “전문가를 인용해 피의자 정유정이 자폐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사실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7일 '밀실 안의 살인자, 정유정은 누구인가' 편에서 정유정의 범행을 분석하면서 자폐 가능성을 언급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여러 번 방송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고등학교 친구들의 증언을 보면 정유정이 가지고 있는 성격의 맨 바탕에는 자폐적인 성향이 엿보인다"며 "모든 범행 과정에 슬리퍼만 신고 있다. 자폐 성향의 사람들이 신체 감각에 되게 예민하다. 타이트한 옷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다른 심리학과 교수도 정유정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과외 선생님들한테 이야기하는 글로 쓰는 장면에서는 어색하지 않다. 본인이 원하는 것도 정확하게 물어보고 있었고 둘러댈 줄도 안다. 직접 대면했을 때 사회성이 더 떨어진다면 자폐 특성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범죄 원인으로 직접 지목한 것은 아니나 자폐 성향을 언급한 인터뷰를 반복적으로 배치해 연관성이 있어 보이도록 한 것이다. 이 방송 후 다른 언론사들은 '"정유정 자폐 성향 보인다"는 전문가들…그 몇 가지 이유' 등의 제목으로 방송 내용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며 “언론이 특정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적극적으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기를 국민들은 바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도 20일 성명서를 내 “장애는 개인의 반사회적 범죄를 규명하는 도구가 아니다.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모습들에 대한 묘사만으로 평생에 걸쳐 나타나는 장애를 진단할 수도 없다”며 “범죄자의 동기를 자폐와 연관 짓는 언론 보도의 양태는 장애를 낙인화하는 전형적인 구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폐 장애인들이 의사소통과 감각처리 과정에서 보이는 어려움들을 거론하는 것은 정유정의 살해 혐의에 대해 진단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며 SBS 측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도 21일 SBS에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부모연대가 자문을 구한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범죄자와 직접 만나 진단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몇몇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진단명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논하는 일은 부정확하고 경솔할 수 있다”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와 자폐 증상을 연결 지어 자폐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낙인을 강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BS 측은 22일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두 단체에서 연락이 왔고 조만간 직접 만나서 이와 관련해 상세히 설명을 드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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