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사 피살 범인’ 이정학 결론…대전 은행강도 재판 영향 받나

이승만과 '방아쇠 누가 당겼나' 살인 직접 책임 공방
증거 없이 진술만 남아…'강도 습벽' 참작할 수도

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왼쪽)과 이정학이 지난해 9월 2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21년 전 발생한 ‘전주 백경사 피살 사건’의 범인이 대전 국민은행 권총강도 사건 피고인인 이정학(51)이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은행강도 사건 재판에 영향을 끼칠지 여부가 주목된다.

전북경찰청은 22일 오전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강도살인 혐의로 이정학을 송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정학은 2002년 9월20일 0시44분께 전주 금암동 전주북부경찰서 금암2파출소에서 홀로 근무하던 백선기 경사를 흉기로 여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경찰은 당시 사라진 38구경 권총과 실탄 4발 등을 은행강도 사건 공범인 이승만(52)이 숨겨 보관해 왔고, 은행강도 사건 뒤 이정학이 이승만에게 권총을 사용한 추가 범행을 제안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 결과는 이승만이 은행강도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주장해온 이정학의 ‘강도 습벽’과 맞닿는다.

은행강도 사건 주범으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승만은 항소심 전 전북경찰청에 “백경사 사건 진범을 알고 있다”며 이정학을 고발한 뒤 재판 과정에서 꾸준히 “강도 사건 살인 역시 이정학이 저질렀다”고 진술해 왔다.

이들이 ‘방아쇠를 누가 당겼나’를 두고 살인의 직접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가운데, 이승만 측은 법정에서 “백경사 사건을 이정학이 저지른 만큼 그의 강도 습벽을 이 사건과 연결시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백경사 피살 범행을 저지른 이정학이 은행강도 중 발생한 살인 역시 이정학이 주도했다는 취지다.

이에 이승만 측은 법원에 백경사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장기 미제로 남았던 이 사건은 현재 누가 주범인지에 대한 객관적 증거 없이 대부분 진술만 남은 상황이어서 이정학에 대한 법원 판단과 이정학이 해온 변론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혐의가 확정된 단계는 아닌 만큼,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내달 2심 선고를 앞둔 이 사건 재판은 별다른 이변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대전지검은 지난 21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 심리로 열린 이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돈을 노리고 피고인을 살해한 철저한 계획 범행이고 사건의 동기가 불량하고 수법이 잔혹한 점을 고려해달라”며 원심 때와 같이 이승만에게 사형을, 이정학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후변론에서 이승만은 “제가 어떤 형량을 받더라도 달게 받고 평생 반성하겠으나 어떤 행위를 했는가에 대해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권총은 이정학이 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정학은 “제가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서 1심에서 징역 20년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죗값을 달게 받을 것”이라며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고 범행 관여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도록 협조한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조준하기 어려운 몸통 옆부분과 허벅지를 총격당해 사망했다는 점 등에서 수색대대에 복무했던 이승만을 주범으로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공범 이정학에 대해서는 이승만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진술의 신빙성 등을 고려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내달 21일 항소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kjs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