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가루 뒤집어쓰고 수십년 일했는데”…노동자 77명 전원 해고한 고려시멘트
“회색 가루와 싸워가며 수십년을 일해왔는데 대책도 없이 하루아침에 내쫓는 게 말이 됩니까.”
고려시멘트가 전남 장성 공장 폐쇄를 결정하며 노동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와 고용 승계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2일 고려시멘트 노동조합과 장성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고려시멘트는 지난 13일 장성 공장의 생산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1973년 공장을 준공해 운영한 지 50년 만이다.
고려시멘트는 공장 폐쇄에 맞춰 노동자 77명(조합원 55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이 공장에서 근무했다. 고려시멘트는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투자 비용 부담 등 경영 악화를 공장 폐쇄 이유로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고려시멘트가 공장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무리하게 폐쇄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고려시멘트와 장성군은 분진과 소음으로 인한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2019년부터 공장 이전과 부지 개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 4월에는 ‘개발모델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보고회를 하고 고려시멘트 부지 32만㎡에 주거와 상업시설이 포함된 복합용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려시멘트는 공장 폐쇄 시기와 고용 승계 등을 두고 지난해 11월부터 노조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 노사는 10차례에 걸쳐 협상을 이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가 파업에 나서자 사측은 공장 폐쇄를 결정하고 해고를 통보했다.
노조원들은 부당해고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원 50여명은 이날 오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장부지 개발계획이 아니면 이렇게 무리하게 ‘해고통지서’를 발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려시멘트가 부지 타당성 용역을 진행할 당시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추진하는 것이며 최소 10년간 고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협약 사항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군은 공장 폐쇄와 부지 개발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기본구상에 관한 용역을 진행했을 뿐 (개발)추진 시기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고려시멘트 측에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노동자 해고와 공장 부지 개발 시기 등에 대한 고려시멘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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