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동킥보드 음주운전한 버스기사 면허 모두 취소는 부당”

“자동차, 오토바이 등과 차등 없이 일률적 면허 취소·정지는 과도한 행정제재”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술을 마시고 개인형 이동장치인 전동 킥보드를 운전한 버스기사의 운전면허(1종 대형‧1종 보통)를 모두 정지시킨 경찰의 행정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개인형 이동장치를 음주운전하는 행위를 자동차, 오토바이 등과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면허를 취소‧정지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봤다.

춘천지법 제1행정부(김성희 부장판사)는 버스운전기사인 A씨가 강원경찰청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14일 오후 10시40분쯤 강원 홍천의 한 도로 1.4㎞ 구간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개인형 이동장치인 전동 킥보드를 운전했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이유로 도로교통법에 따라 A씨의 자동차운전면허(1종 대형‧1종 보통)를 취소했다.

이에 A씨는 경찰의 처분에 불복, 같은해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앙행정심판위는 지난해 4월 면허 취소 처분을 110일의 정지 처분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A씨는 이 일로 재직하던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는 등 생계유지에 타격을 입게 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무면허 음주상태에서 개인형 이동장치를 무면허‧음주상태로 운전하는 행위는 범칙금 대상이 되는 반면 운전면허 보유자가 음주 적발시 면허 취소‧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형차량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개인형 이동장치의 위험성이 다름에도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에 대한 제재처분에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의 규정을 적용해 모든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운전면허 정지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의 경우 범칙금 부과대상으로 정하면서도 운전면허 취소 또는 정지사유로 규정해 도로교통법상의 규정들이 조화롭게 해석되지 않고, 면허 정지 처분으로 부과된 벌점으로 인한 불이익을 제거할 법률상 이익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이 사건 음주운전으로 단속되기 전에는 음주운전을 한 적이 없는 점, 음주운전으로 타인에게 인적‧물적 피해를 입힌 사실도 없는 점, 생계유지의 중요한 수단인 운전면허가 취소되면서 재직하던 회사에서 퇴직하게 된 점 등도 재판부는 고려했다.

재판부는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 행위를 자동차, 오토바이 등과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원고에 대해 110일의 자동차 운전면허 정지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위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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