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청년층 “미국보다 중국이 우방”…설문조사서 나타난 중동의 ‘탈미국’ 정서
‘강력한 동맹국은 어디인가?’ 질문에
중 80%·미 72%…튀르키예 1위
아랍권 청년들이 미국보다 중국을 우방으로 여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1일(현지시간) 발표됐다. 미국이 중동 질서에 그만 개입해야 한다는 답변도 절반을 훌쩍 넘겼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정상화를 끌어낸 중국이 중동의 새로운 파트너로 급부상한 사이 미국의 입김이 그만큼 약해진 증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CNN은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있는 아랍권 전문 홍보회사 ASDA’A BCW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12일까지 아랍 18개국 53개 도시에서 만18~24세 청년층 3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ASDA’A BCW는 우선 ‘강력한 동맹이라고 생각하는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의 80%는 중국을 우방으로 여긴다고 답했고 미국은 72%에 그쳤다. 순위로는 중국이 2위, 미국은 7위였다. 1위는 튀르키예(82%)가 차지했다.
CNN에 따르면 2015년 조사에선 미국이 2위였던 반면 중국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후 2018년 조사에선 미국과 중국 모두 상위 5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
반면 ‘적국이라고 생각하는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물음엔 응답자의 17%가 중국이라고 답했다. 미국은 27%였다. 미국이 중국보다 비호감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시리아와 레바논, 이라크 등이 포함된 레반트 지역과 알제리·이집트·리비아 등이 속한 북아프리카에서 반미 정서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중동 질서에 개입하는 데 대한 여론도 좋지 않았다. 응답자의 61%는 ‘중동이 미국과 결별(disengagement)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대는 36%에 그쳤다. 사우디 등 걸프 지역 국가에선 찬성이 53%였고, 레반트 지역과 북아프리카는 각각 64%가 결별해야 한다고 답했다.
CNN은 중동의 ‘친중국·탈미국’ 경향에 대해 “미국의 중동 정책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위협이 여전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동의 보안관’을 자처하던 미국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걸프지역 선임연구원인 애나 제이콥스는 CNN에 “미국이 중동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인식이 이 지역 정부는 물론 젊은층까지 서서히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존재감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랍권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3%가 미국이라고 답해 1위에 올랐다. 중국은 4%로 8위에 그쳤다.
제이콥스는 “미국의 소프트파워와 지역 내 안전 보장자 역할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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