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총리, 유럽서 “디리스킹 명목 차별 안돼”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으로 유럽을 순방 중인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디리스킹(탈위험화)’을 내세워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이 디리스킹을 추진하는 경제안보 전략을 내놓고 미국도 대중 정책 기조를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했지만, 서방의 중국에 대한 견제 기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중·독 경제기술협력포럼 폐막식 연설에서 “디리스킹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국가를 억제하거나 배제하는 차별적 조처를 관철한다면 이는 시장 원리와 공정경쟁,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21일 보도했다. 리 총리는 “디리스킹이 현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디리스킹 자체는 비난할 수 없지만 디리스킹을 명목으로 한 디커플링은 반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이 중국과의 디리스킹 전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국에 대한 차별적 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독일은 최근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EU 집행위원회는 리 총리의 디리스킹 반대 발언이 나온 날 민감한 기술을 보유한 역내 기업의 제3국 투자와 역내 중요 인프라 및 기업에 대한 제3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유럽 경제안보 전략’ 통신문을 채택했다. EU 집행위는 통신문에서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이 디커플링을 디리스킹으로 전환해 유럽과 보조를 맞추는 방식으로 대중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도 리 총리 발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럽 일부 국가들은 미국이 추구하는 대중 디커플링에 반대해 왔지만 디리스킹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내세우는 디리스킹이 자국을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디커플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인식한다. 디리스킹을 명목으로 한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리 총리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리 총리가 이번에 취임 후 처음 해외 순방에 나서면서 방문지로 유럽을 택한 것 자체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디리스킹이라는 일치된 견해 속에 밀착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짙다. 리 총리는 이날 독일 방문 일정을 마치고 프랑스에 도착해 중국과 프랑스 기업인들이 함께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프랑스 정부가 진영 대결과 디커플링에 반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과 프랑스 기업인들이 경제 세계화를 확고히 지지하고 중국과 프랑스 및 중부 유럽의 산업 사슬·공급망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유지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프랑스 방문 기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엘리자베스 보른 총리와 회담을 하고 ‘새로운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현지 기업도 방문할 예정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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