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코앞' 농협회장 연임 추진 '논란'

[앵커] 

세간에 큰 관심을 끌고 있지는 않지만, 농협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 대규모 금융기업과 전국에 1100여 개 단위조합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농협중앙회 조직 운영을 바꾸는 내용을 담은 일명 농협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논의 중입니다. 

통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개정안에 포함돼 있는 연임 규정, 그러니까 현재 딱 한 번만 할 수 있게 돼 있는 중앙회장의 임기를 한번 더 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두고, 일각에선 이게 정말 필요한 것이냐?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과거에 딱 한 번으로 제한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농협 측은 왜 이 제한을 풀려고 하는 것인지? 

윤선영 기자와 짚어봅니다. 

우선, 농협법 개정안 골자가 뭡니까? 

[기자] 

며칠 전 서울의 한 농협 지점에서 직원이 1억 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됐죠. 

농협에서 이런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최근 5년 동안만 봐도, 임직원의 횡령, 배임 등의 사건이 200여 건, 금액으론 600억 원이 넘습니다. 

이에 따라 농협법 개정안은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조합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 이와 함께 중앙회장직의 연임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앵커] 

내부 통제 강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테고 그런데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반대론이 있다고요? 

[기자] 

현재 4년 단임제인 회장직을 4년 더 허용하는 대목입니다. 

일단 농협 측은 연임을 하면 구성원의 자율성 확대, 사업 연속성 확보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입장입니다. 

관련 설문 조사도 근거로 제시하는데요, 조합장의 90% 가까이가 개정안 통과에 찬성 입장을 보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농협 회장직, 과거 연임제였는데 단임제로 바뀐 이유가 있잖아요? 

[기자] 

2009년에 단임제로 바뀌었는데, 이른바 장기집권에 따른 비리가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연임이 가능했던 역대 4명의 농협 회장 가운데 3명이 횡령과 배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앵커] 

장기집권에 따른 비리 때문에 단임이 됐다 그러면, 앞으론 이런 문제가 없을 거란 얘긴가요? 

[기자] 

농협 측은 과거의 비리는 연임 때문이라기 보단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등 통제 장치가 마련됐고 또 이번 개정안에 농협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기 때문에 회장의 일탈이 발생하기 어려운 여건이 조성됐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임인데 연임이 가능해지면, 자율성 확대되고 경영의 지속성이 확보된다는 말은 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비상임이고, 정해진 업무도 조합과 조합원 권익 증진을 위한 대외활동에 국한됩니다. 

그래서 규정만 보면, 명예직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산하에 30여 개 계열사 대표 인사와 예산, 감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립니다. 

4년 동안 받는 급여와 퇴임공로금 등을 합하면 임기 한 번에 받는 보수는 40억 원에 육박하고요. 

그래서 농협중앙회장은 표면적인 권한과 책임이 실제와 다른 기형적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 비상임은 어떤 사람이냐면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 다리만 하나 얹어놓는 것이거든요. 그 본업이 다 농업과 관련된 것일 거라고, 그러면 어마어마한 이권이 연관된 사람이거든요. 이런 사람이 8년을 해버리면….] 

[앵커] 

농협 측 설명을 들으면, 농협 스스로 실제론 비상임 명예직이 아니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런데, 현직 회장의 연임도 가능하도록 한다고요? 

시쳇말로 '셀프 연임' 추진 아닌가요? 

[기자] 

법이 통과되면 현직 이성희 회장도 연임이 가능해집니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로 6개월 정도 남겨두고 있는데요.

국회 내에서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윤준병 / 국회 농해수위 위원 : 특정인을 위해서 셀프 연임을 허용하면 외부에서 볼 때는 조직을 동원해서 로비해 연임을 만들었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농협을 더 낫게 만들어가야 하는 제도 개선 사항이 오염돼서 이뤄진 결과물로 인식될 수 있는 우려가 있는데 부칙 조항에 그 내용(셀프 연임 금지)은 넣고 가는 게 올바르겠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금융과 경제사업이 분리됐고, 인사추천위원회도 도입해서 대표이사 추천권 삭제, 또 집행간부 임면권을 대표이사에게 이양하는 등 제도적으로 많은 변화가 이뤄진 상태다.

따라서 연임제 기반이 마련됐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지금 상황을 보면 일단 상임위는 통과됐단 말이죠.

남은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 문턱을 넘은 상황입니다. 

법사위가 빠르면 다음 달, 늦으면 8월에 열릴 예정이고요.

이를 거쳐 본회의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상임위 분위기를 보면 여당은 전반적으로 개정안에 지지하고 있고요.

야당은 반대가 조금 더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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