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전공의 피의자로… 대구의사회 “희생양 찾기” 반발

김명진 기자 2023. 6. 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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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대형병원 전공의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대구시의사회는 “마녀사냥식 희생양을 찾는 수사”라고 반발했다.

119 구급차. /소방청

21일 대구시의사회 등에 따르면, 대구 북부경찰서는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A씨에게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를 받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대구시의사회는 그러나 성명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억지 수사는 대한민국 필수 의료에 대한 사망 선고”라며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왜곡된 의료 환경과 열악한 응급의료 체계에 의한 것이 명백하다. 이를 외면한 채 마녀사냥식 희생양을 찾는 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의사회는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서 안 되는 불행한 사고임이 분명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고 응급의료와 필수의료가 강화되는 계기가 되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하겠으나, 여론에 편승한 개인 처벌 위주의 사후 수습이 시도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의사회는 “외상환자가 처음 내원한 대구파티마병원은 정신과 입원 병동이 없어 자살 시도와 같은 정신과적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인 데다 사건 당일은 응급실 환자가 많아 응급의료정보상황판에 ‘환자 수용불가’ 메시지도 공지하고 있던 상태였다”고 했다.

대구시의사회는 “과거 이대 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서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구속된 것이 작금의 소아과 의사 부족 현상의 시발점이 됐다”며 “이번에도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의해 희생된다면 가뜩이나 풍전등화 같은 대한민국 응급 의료 체계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월 19일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병상을 구하지 못해 응급차에서 2시간여 동안 전전하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건물 4층에서 떨어져 골목길에 쓰러진 채 발견된 B양(17)은 119구급차로 이송돼 2시간가량 도심을 돌아다녔지만 병상 부족과 전공의 부족 등의 이유로 받아주는 병원이 단 한 군데도 없어 결국 사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B양이 119 구급대원과 함께 최초 내원한 대구파티마병원은 당시 근무 중이던 의사가 환자의 중증도는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타 기관 이송을 권유했다. 해당 구급대원이 재차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정신건강의학과 이외의 응급진료에 대한 수용을 의뢰했으나, 정신과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제공이 어렵다는 사유로 미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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