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입에 권총 넣고 '러시안룰렛 놀이'" 포항 해병대 가혹행위 폭로

근무하다 총 빼앗아 괴롭힘
대검 휘두르며 "칼싸움 하자" 
생활관에선 뺨 때리며 폭행 
다음 달 20일 1심 선고

군대 가혹행위. 게티이미지뱅크

해병대 복무 중 입 안에 권총을 넣고 격발하는 '러시안룰렛' 방식으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심각한 수준의 가혹행위였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2년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인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경북 포항시 주둔 해병대에서 복무하던 중 선임병으로부터 총기와 도검을 사용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건은 2021년 1월 포항 동문 위병소에서 발생했다. 선임병 A씨는 근무 중이던 B씨가 가지고 있던 리볼버 권총을 빼앗아 B씨와 또 다른 후임병에게 겨눴다. A씨는 처음에는 1m 거리에서 시작해 15㎝까지 점점 피해자들에 가까이 다가갔다. 급기야 관자놀이와 오른쪽 눈, 입 안에 총구를 대거나 넣어 방아쇠를 당기기도 했다.

경북 포항 주둔 해병대에서 발생한 군 가혹행위 사건 관련 피해자 측 변호인 의견서.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 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B씨는 "리볼버 1정에는 총 다섯 발이 들어가는데 4발은 공포탄, 가스탄, 고무탄을 삽탄한 채로 들어가고 소총에는 10발의 공포탄을 삽탄해 뒀었다"며 "선임 B씨는 삽탄을 한 상태에서 러시안룰렛을 가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공포탄이 발사돼 B씨가 손을 다치기도 했다. 만일 피해자들의 눈과 입 안에서 발사됐다면 사망 등 큰 사고로 이어졌을 상황이었다.

A씨는 대검도 괴롭힘에 활용했다. B씨는 "선임이 더 이상 리볼버로는 재미가 없었는지 '칼싸움을 하자'는 식으로 대검을 꺼내 보라고 하여 저와 다른 후임병의 몸을 베는 행동을 했다"고도 적었다. 생활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뺨을 때리는 일도 있었다. B씨와 괴롭힘을 당한 다른 후임병이 가혹행위 사실을 상부에 알리자, 부대는 A씨를 상병으로 강등해 전역시켰고 B씨는 남은 복무기간을 채운 후 전역했다.

B씨는 가혹행위를 당하던 도중 권총 공포탄이 실제 발사된 데 따른 충격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T)까지 얻었지만, A씨는 사건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육대전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모욕, 협박, 초병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B씨를 기소했고, 1심 선고는 창원지법에서 다음 달 20일 열릴 예정이다. B씨는 육대본에 제보하게 된 이유에 대해 "피의자가 계속 재판을 미루거나, 사건과 크게 관계없는 증인들을 소환하며 재판을 끌어 2년이 지난 지금까지 1심 선고조차 나지 않았다"며 "피의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고 정의구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