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안해도 과태료 5만원뿐… ‘통보 의무화’ 의료계 반대로 답보

■ 수원 영아살해는 ‘빙산의 일각’

행정-의료기관 정보공유 안돼
‘제도적 공백 해소’ 대책 절실

감사원의 감사로 영아 살해 및 유기 사건이 드러나면서 부모가 직접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은 행정기관에 아이의 출생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다. 부모가 직접 1개월 이내 출생 신고를 하게 되는데, 이때 하지 않아도 과태료 5만 원 부과가 전부다. 또 의료기관은 출산 한 달 안에 결핵예방접종(BCG) 등을 하고 이를 질병관리청에 신고한다. 문제는 이 접종 정보가 출생 신고를 받는 지방자치단체에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예방 접종을 하더라도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출생 미신고’ 영아로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병원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는 2000여 명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출생 통보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답보 상태에 있다. 출생 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영아의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만약 출생 미신고 영아가 확인되면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가뜩이나 분만을 꺼리는 일선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