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아살해는 ‘빙산의 일각’… 출생신고 안된 2000명 중 고작 1% 파악

냉장고 시신 2구 발견 이어
화성 ‘유기의혹’까지 발생해
미신고 아동 수사 확대 전망
전수조사땐 유사사례 늘 수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수원=박성훈 기자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에 이어 화성에서도 영아 유기 의심 사례가 확인되면서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는 사례’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이렇게 서류에서 ‘증발’된 영유아가 2000여 명에 달하는 만큼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유사 사례로 추정되는 20여 건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향후 영아 살해 등 강력사건이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원은 여전히 안전이 불분명한 나머지 1900여 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1%의 표본 조사에서 심각한 사건이 드러났기에 전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3~4월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이후 출생 미신고 사례를 다수 확인했고,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출생 미신고 사례 2000여 건 중 1%인 20여 명을 무작위로 표본 산출해 경찰과 지자체가 생사를 확인하게 됐다. 그랬더니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수원에서 냉장고에 유기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수원시의 한 가정집에서 2018년 11월 넷째 딸과 2019년 11월 다섯째 아들을 출산한 직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고모 씨에 대해 긴급 체포하고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날 화성에서도 비슷한 영아 유기 사건이 있다는 수사 의뢰를 토대로 20대 여성 A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A 씨는 미혼녀로 2021년 12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출산한 직후 갓난아기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온 A 씨가 자신이 홀로 아기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이 표본으로 선정한 다른 영유아들 역시 보호자들이 연락을 받지 않거나 현장 방문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사한 범죄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출생 미신고 사례 전부가 강력 사건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수년간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았다면 범죄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7일 경남 창원에서는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생후 76일 된 여아가 영양결핍으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20대 친모 B 씨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치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인한 영아 사망은 23건(아동학대치사 15건·아동학대살해 8건)에 달했다. 또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영아살해는 85건, 영아유기는 1185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