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안 와서…다이애나비도 사랑한 영국 ‘헌터부츠’ 파산

미국 업체에 지식재산권 매각

영국 다이애나비가 생전 ‘헌터부츠’를 신고 있는 모습. 다큐멘터리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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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부츠’의 대명사 ‘헌터부츠’를 생산하는 영국 헌터사가 파산했다. 이상고온 및 건조한 날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매출 감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공급망 문제,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 탓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헌터사의 구조조정 자문사인 알릭스파트너스가 지난주 영국 정부에 헌터사의 파산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서류에서 “헌터사가 2019년 이후 심각한 위기에 빠졌으며 현재 부채 규모는 1억1500만파운드(약 19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채가 쌓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헌터사의 가장 중요한 시장인 북미 시장 매출이 15.4%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이 이어졌다. 또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외출이 줄어들자 매출의 20%가 감소했다. 2021년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번에는 공급망 문제와 브렉시트가 발목을 잡았다. ‘헌터부츠’ 말고도 비슷한 레인부츠가 잇따라 나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악재’였다.

헌터부츠. 헌터사 인스타그램 갈무리

다만 헌터 브랜드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헌터사의 지식재산권이 앞서 스포츠용품 회사 ‘리복’을 인수한 미국 ‘어센틱 브랜즈 그룹’(ABG)에 매각됐다고 전했다. ABG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솔터는 성명에서 “(우리가) 헌터 브랜드를 계속 성장시키겠다”고 밝히며 ‘헌터부츠’ 생산을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헌터사는 1857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노스 브리티시 러버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블룸버그>는 “헌터부츠는 영국의 아이콘이며 영국 왕실에서부터 팝스타까지, 시골에서 도시까지 영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1997년에 숨진 다이애나비도 생전에 헌터부츠를 애용했고, 2000년대 이후에도 케이트 모스, 알렉사 청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음악 축제 현장 등에서 신고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헌터부츠 국내 공식 수입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헌터부츠는 28개의 개별 조각을 3일 동안 수작업으로 붙여 만들며 나무에 해를 끼치지 않고 책임감 있게 관리되는 숲에서 얻은 ‘천연 고무’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