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와 대화” 두고 분열 깊어진 아세안
최근 태국이 미얀마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의에 미얀마 군부를 초청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미얀마 사태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아세안의 내부 분열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이라와디·로이터통신 등을 보면, 태국은 지난 19일 파타야에서 아세안 회원국을 초청해 미얀마 사태를 논의했다. 문제는 초청 대상에 미얀마 군부가 임명한 딴쉐 외무장관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돈 쁘라맛위나이 태국 외교장관은 “지난달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미얀마 군부 정권을 완전히 다시 참여시키자는 제안이 나왔으며, 명백한 반대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가 “평화 과정의 비공식 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아세안 내에서 반발이 일었다. 2021년 2월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아세안은 적대행위 중단, 인도적 지원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5개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면서 미얀마 군부가 이 합의안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아세안이 주최하는 국제 회담에 참여를 금지했다. 미얀마 군부는 여전히 민간인 공습과 민주 인사 탄압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미얀마 민주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이 초청이 아세안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아세안 순회의장국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회의를 보이콧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 미얀마 군부와 다시 대화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없다”고 밝혔으며, 싱가포르 역시 “국가 정상이나 장관급에서 군부와 엮이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은 외교장관이 아닌 대표단을 보냈다. 최고위급 외교관을 파견한 나라는 미얀마와 태국을 제외하면 라오스가 유일했다.
의장국도 아닌 태국이 갑자기 이 회의를 왜 소집했는지를 두고, 미얀마 군부에 친화적인 현 태국 군부 정권이 퇴임 전 못박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오는 8월 태국에 새로운 민간 정부가 들어설 예정인 만큼 그 전에 회의를 개최해 새 정부가 대미얀마 노선을 틀기 어렵게 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태국 군부 정권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태국과 국경 약 2400㎞를 맞대고 있는 미얀마는 태국에 이주 노동력 및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주요 공급원이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단지 회의일 뿐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미얀마와 접경한 태국을 보호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총리 후보인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는 이번 회의에 선을 그었다. 그는 성명을 내 “미얀마 사태 해결법에 대한 아세안 회원국 간의 견해 차이가 최근 드러났다. 전진당은 5개 합의안과 아세안의 기존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세안 바깥에서도 태국의 이번 행동이 섣부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21일 인도네시아를 찾아 “아세안은 어떤 회의에도 군부를 초대해선 안된다. (이번 회의가) 군부 정권을 합법화하고 아세안 통합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치명적인 교착상태를 깨기 위한 대안을 고려할 때다. 아세안은 5개 합의안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르는 군부 정권에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선 민간인 3600명 이상이 살해됐으며 1만9000명 이상이 정치범으로 투옥됐다. 국내 실향민 또한 120만명을 넘어섰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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