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미·중 관계에 큰 걸림돌 되진 않을 듯"

"미국이 중국 견제한다는 중국 내 시선 강화할 수도"

지난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3.06.1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두고 '독재자'라고 언급한 것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NBC방송은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번 논란이 토니 블링컨 장관이 방중 기간 이룬 진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한 고위 관리는 "대통령이 중국과 우리가 가진 차이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블링컨 장관은 좋은 여행을 했고, 약간의 진전을 이뤘다. 우리는 이러한 진전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NBC에 전했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의 인도-태평양 안보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 제이콥 스톡스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가장 놀라지 않았을 사람은 시진핑 자신"이라며 "시진핑은 바이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중국이 이 발언에 대해 발끈한다면 악어의 눈물과 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인 런던 대학의 스티브 창 교수도 AP통신에 "시진핑은 과잉 반응을 하고 다시 관계를 얼어붙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이번 발언의 '솔직함'이 미·중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됐다.

허드슨 연구소의 중국 센터장인 마일즈 유는 폴리티코에 "비록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실수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공산당과 거래하는 데 있어 솔직한 것은 중요하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블링컨 장관은 회의의 목표인 군사 간 통신을 재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바이든의 실수가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양국 관계에 미칠 여파를 단기적으로 평가하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국제 안보 및 외교 부회장인 다니엘 러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독재자 같은 꼬리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다는 중국의 시각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이는 좋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 케미스트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크리스 치비스 연구원도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을 동등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중국인들의 인식을 강화할 것"이라며 "블링컨의 방문은 바이든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을 위한 디딤돌이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발언 이후 바이든이 시진핑 옆에 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기금 행사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 사태를 거론하며 "내가 스파이 장비로 가득 찬 박스 카 두 대를 실은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진핑이 매우 화를 냈던 이유는 거기에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독재자들에게 큰 당혹감을 주었을 것"이라며 "그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그때 그 정찰 풍선은 그곳에 있어선 안 되는 거였다. 경로를 벗어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