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차 주르륵…자녀 내려주다 어린이집 교사 숨지게 한 엄마

내리막길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밟아 어린이집 교사를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내리막길에 차를 가속 페달을 밟아 어린이집 교사를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2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성흠)는 교통사고 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2년을 선고받은 A씨(여·36)에 대한 원심을 파기,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2021년 7월7일쯤 전남 순천의 한 어린이집 앞 주차장에서 어린이집 교사 B씨(여·33)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자녀를 어린이집에 내려주기 위해 급한 내리막 경사가 있는 곳에 정차, 조수석에 앉은 자녀 쪽으로 갔다.

그러나 차량은 시동이 꺼지지 않았고 변속기어는 '드라이브(D)'로 된 상태였다. 이에 차량은 급경사에 뒤로 후진하게 됐다. 놀란 A씨는 급하게 변속기를 변경했으나 '정지(P)'가 아닌 '중립(N)'으로 바꿔 차량은 계속 움직였다.

당황한 A씨는 브레이크 페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에 A씨 자녀를 기다리며 조수석 문 뒤쪽에 서 있던 어린이집 교사 B씨는 차량에 치여 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했고 사고 경위와 피해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항소 과정에서 피해자의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도 차가 뒤로 밀리는 상황에 당황해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일정 기간 구속돼 있었던 점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