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100억 강사 죄악시 여당, 시장과 기술 이치 알고 하는 주장인가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6. 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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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10% 더 나을 뿐인데
수입 100배 많은 슈퍼스타 나와
인터넷과 음향 기술 발달로
소수 강사에 수요가 몰려들어
죄악시땐 음지서 소수 학생만 혜택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21일 방송에 나와 “일부 강사들 연 수입이 100억원, 200억원 가는 것이 공정한 시장 가격이라고 볼 수 없지 않나”라며 사교육 업계를 직격했는데, 기술 발전이 추동하는 시장의 이치를 살핀다면 이런 소리를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는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면서 그 피해를 바탕으로 초과 이익을 취하는 것은 범죄이고 사회악“이라고 말도 했는데, 보수 정당의 핵심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는다. ‘초과이익은 사회악’이라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좌파의 전매특허다.

고수입 강사에 직격탄 날린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우선 강사의 수입은 능력에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연 수입이 100억원 강사는 1억원 강사보다 100배 능력이 있는 게 아니다. 10% 정도 능력이 있어도 그 정도 급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술 발전의 결과다.

인터넷 강의도 없고, 음향 기술이 엉망이었으며,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고속 열차도 없던 과거를 생각해보자. 강사 1명의 강의를 동시에 들을 수 있는 학생 수는 몇 명이 안 됐다. 이런 때는 강사 간에 소득 차이가 크게 날 수가 없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강사도 1번에 100명, 많아야 200명 정도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강사들도 그 비슷한 학생을 모아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니, 급여 차이가 크게 나려야 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전혀 다르다. 인터넷 강의를 통해 한 명의 강의를 동시에 수만 명, 수십 만 명이 들을 수 있다. 그 강의를 녹화하면, 수백만 명, 아니 수천만 명도 수강이 가능한 세상이다.

오프라인 강의 역시 음향시설이 과거에 비할 데가 아니다. 그 효과는 세계적 가수의 공연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팝스타 비욘세가 지난달에 스웨덴에서 월드 투어를 했을 때였다. 콘서트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호텔과 레스토랑 가격이 급상승했다. 스웨덴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과거 같으면 라이브 콘서트를 직관할 수 있는 관중은 아주 많지 않았다. 스타디움에 수만 명의 관중이 운집한다고 해도 팬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에 가수의 목소리가 묻히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음향 기술의 발달로 수만 만 명의 관중이 효과적으로 라이브 콘서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슈퍼스타는 한 번의 라이브 공연으로 1200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슈퍼스타들은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스트리밍 서비스로 역시나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렇다고 비욘세나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슈퍼스타가 과연 그들 수입이 100분의 1이나 1000분의 1밖에 안 되는 아티스트보다 능력이 100배, 1000배라고 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능력의 차이는 10%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관객이 바로 그 10% 더 뛰어난 아티스트에게 몰려들 수 있게 됐다. 그래서 10% 더 뛰어난 아티스트가 100배, 1000배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 역시 이미 여러 명의 슈퍼스타가 등장했다. 기술 발전 덕분에 10% 더 뛰어난 강의 능력만으로도 100배, 아니 1000배 더 수입을 올리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걸 두고 초과이윤을 보고 있으니 불공정하다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악이나 범죄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 같은 강의를 못 하게 막으면 사회 후생이 좋아질까.

그렇지 않다. 능력이 10% 더 나을 뿐인데, 돈은 훨씬 더 많이 버는 슈퍼스타가 나오는 이유는 그게 소비자들에게 더 큰 효용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슈퍼스타 강사의 강의를 100명 들을 때와 10만 명 들을 때를 비교해보자. 과거에는 100명 만이 그 10%의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는 10만 명이 그 10%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혜택의 크기가 1000이었다면, 이제는 100만이 되는 셈이다.

강사의 수입이 많다고 그걸 쳐내면, 강사는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면, 소수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 강의를 하더라도 수강료를 올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10% 더 나은 강의의 혜택을 돈이 많은 소수만 누릴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슈퍼스타 아티스트, 슈퍼스타 운동선수의 급여를 문제 삼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강사만 슈퍼스타가 되면 안 된다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다.

사교육 시장은 사회 정의에 어긋나니, 그 속에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불의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옳지가 않다. 그 사교육 시장이 왜 생겼는가. 이른바 명문 대학을 나와야 대기업이나 공기업 정규직을 얻게 될 확률이 높다. 일단 그런 곳에서 정규직으로 인생을 시작하면 사회 상층부에 자리 잡게 된다. 반면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에서 자리를 잡으면 중산층 진입도 어렵게 된다. 노동 시장이 경직돼 있다 보니, 역전의 기회를 얻기가 힘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학부모이고 학생들이다. 그들은 이른바 랭킹이 높은 대학을 가기를 갈망한다.

사교육 시장의 강사들이 그들의 요구에 응답했다고 해서, 초과이윤을 얻는 부정의한 사람들인가. 좌파 사회주의자들이라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지만,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 우파가 그렇다고 답한다면 정체성 혼란이다. 노동시장을 고치지 않고 강사들을 죄악시하면, 그들은 음지로 숨어들 뿐이다. 소수만 혜택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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