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글로리 투 홍콩’ 금지곡 지정… 민주화 흔적 지우고 시위 사전차단[Global Focus]
금지곡 지정전 다운로드 바람
아이튠즈차트 1~10위 휩쓸어
현재는 모든 SNS에서 사라져
앰네스티 “국제인권법 어긋나”
반중 인사들을 감시·협박하던
세계 각국의 ‘중국 비밀경찰서’
홍콩인의 송환에도 관여 시작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오는 7월 1일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시행된 지 3년을 맞는다.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할 목적으로 제정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법으로 인해 현재 홍콩 지역에선 과거에 볼 수 없던 강력한 검열과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반대하다 홍콩을 떠났던 사람 중 일부는 신변이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홍콩의 인권 악화 등에 대해 우려하는 가운데, 홍콩 당국은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사전 차단하겠다고 천명했다.
◇홍콩 내 인터넷, 노래 등 시위 외 통제 강화 = 홍콩 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신청한 ‘글로리 투 홍콩’의 금지곡 지정에 대한 이의제기가 마감일인 21일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앞서 홍콩 법무부는 지난 6일 선동적인 의도를 갖거나 다른 이들에게 독립을 부추기려 하는 자가 ‘글로리 투 홍콩’을 연주·재생산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신청을 고등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은 21일까지 이의제기가 없다면 해당 곡을 금지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홍콩 시민은 금지곡으로 지정되기 전에 해당 곡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스트리밍 및 음원 제공 서비스를 찾았고, 결국 홍콩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10위를 다양한 버전의 ‘글로리 투 홍콩’이 휩쓸었다. 그러나 15일부터 아이튠즈 스토어를 비롯해 스포티파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서 ‘글로리 투 홍콩’의 다양한 연주 버전이 사라진 상황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내고 “중국은 인권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글로리 투 홍콩’을 금지하는 것은 국제 인권법과 기준에 명백하게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홍콩의 인터넷 검열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얼마 전부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미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홍콩에서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등 주요 기능 접근을 막았다”고 전했다. 애플은 중국 IT 기업 텅쉰(藤迅·텐센트)과 손잡고 자사 웹 브라우저 사파리에서 의심스러운 사이트를 차단하고 나섰다. 디즈니도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에피소드 중 중국 강제 노동 수용소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이 언급된 내용을 홍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삭제했다.
또한 홍콩 보안법 시행 3주년을 맞아 홍콩 당국은 초·중·고등학생들의 여름방학 과제로 국가 안보 학습 자료를 배포했다. 홍콩 교육부는 홍콩과 중국의 정치 역사, 정책 발전, 문화적 유산 등을 포함한 62개 질의응답 형식으로 구성된 이 교재를 학생들이 두 달의 여름방학 기간 학습하도록 교사가 지도하라고 지시했다.
◇탈(脫) 홍콩인들, 시스템 등의 이유로 신변 위협 = 홍콩 보안법 제정 이후 수많은 사람이 홍콩을 떠나고 있고, 많은 국가가 이들을 도우려 하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존재하게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영국의 경우 홍콩인에게 영국해외국민(BNO) 비자를 발급하며 이들을 수용하고 있지만 큰 문제 없이 승인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최소 71건의 신청이 거부됐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한 여성의 경우 BNO 비자 발급 조건 확장 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망명을 신청했다가 이후 조건이 완화되자 망명 신청을 취소하고 BNO 비자를 발급받으려 했으나 오히려 그사이 ‘불법 체류자’ 신분이 돼 홍콩으로 돌려보내질 위기에 처했다.
홍콩 여성 웬칭팅은 일본 유학 중 자신의 SNS에 홍콩 민주화에 대해 긍정적인 게시물을 올렸다가 신분증 갱신을 위해 고향을 찾았다 바로 체포돼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미국 뉴욕에서 친홍콩 집회를 주최하는 애나 청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요즘 시위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중 인사들을 감시하고 협박하는 역할을 하던 세계 각국의 ‘중국 비밀경찰서’가 홍콩인의 송환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콩 디아스포라 행사에 참석한 몇몇 활동가는 중국 정보 경찰로 의심되는 남성들에게 면담 요청을 받았으며 신원 미상의 남성들로부터 미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반중 인사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여우 사냥’이 홍콩인을 대상으로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 7월 1일 시위 등 ‘엄정 대처’ 방침 =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맞는 7월 1일에 반정부 시위 등을 강하게 차단하고 나섰다. 21일 존 리 행정장관은 “모든 활동은 법에 따라 수행돼야 한다”며 “이날은 (홍콩의 중국 반환을) 축하할 가치가 있는 날이지만 누군가가 이 날짜를 이용하여 납치하거나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파괴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7월 1일에는 홍콩에서 중국에 예속되는 데 대한 대대적 반정부 시위가 자주 발생했으나, 홍콩 보안법이 시행된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사실상 시위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리오프닝 이후 처음 맞는 7월 1일인 만큼 강력한 단속에도 시위 발생 가능성이 높아 홍콩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리 장관은 “우리는 그들(시위대)에게 법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고 우리는 그들이 축하할 가치가 있는 날짜를 가로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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