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70% 수익"…입주자 카톡방서 25억 뜯었다

A씨로부터 3억7000여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고소인 B씨가 찍은 카카오톡 채팅방 캡쳐 일부

용인의 한 아파트 입주자 모임에서 초고수익 투자처를 미끼로 25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40대 여성 박모씨가 구속됐다.

22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 19일 박씨를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구속했다. 박씨는 모든 피해자들에게 원금보장에 더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거둘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돼 유사수신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피해자는 총 7명, 피해금액은 25억여 원에 달한다. 경찰은 오는 28일까지 수사를 종결하고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수사는 지난해 11월 박씨에게 사기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들의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고소인들과 박씨는 2021년 경기 용인시의 한 대단지 아파트 분양권을 구입한 후 해당 아파트 입주자모임 오픈카톡방에서 처음 알게 됐다. 박씨는 이곳에서 분양권·시행사 투자 등 초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소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여러 차례 오프라인 모임을 거쳐 19명을 모아 일명 '정예부대' 카톡방을 개설했다.

박씨는 이곳에 다양한 투자 건을 소개해 돈을 받고 원리금을 반환할 때가 되면 새로운 투자처를 홍보하는 식으로 일부만 반환하거나 추가 투자를 유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초기엔 고액이자를 기일에 맞춰 정상 지급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점점 투자액수를 높여 편취규모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 적시된 박씨의 사기수법은 △분양권 투자 △잔고증명 투자 △시행사 투자 △불판단타 투자 △배액배 투자 등 전문적으로 보이는 투자처들이 많았고, 마지막엔 '세금문제'를 언급하며 그동안 고소인들이 받은 수익금의 22%를 챙겼다.

가장 많은 돈을 뜯어낸 투자 건은 '성남 배액배 투자'다. 배액배 투자는 일명 '떳다방'으로 불리는 업자들이 부동산 재개발 사업건들 중 시행사 부도 등으로 실패할 건을 미리 점찍어 해당 구역 부동산에 매매계약을 걸어두고, 이후 재개발사업 좌초로 계약이 해제되면 걸어둔 계약금의 배액을 해약금으로 배상받는 구조다.

고소장에 따르면 박씨는 2022년 3월 성남에 배액배 투자건이 있다며 6개월간 270%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씨는 "사랑은 돌아오는 거라는데 수익도 돌아온다"며 이 투자 건을 '270 부메랑'이라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뒤에는 투자수익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6개월 뒤 원금회수, 8개월 뒤엔 원금의 540% 수익금을 돌려받는다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도했다.

또 '시행사 투자'는 시행사에 금전대여 담보로 대여금보다 높은 시세의 부동산을 제공받고, 단기간에 초고이율의 이자를 받는 구조였지만 고소인들은 관련 계약서도 보지 못한 채 박씨의 구두설명만 듣고 돈을 건넸다. 고소장에 따르면 박씨는 시행사와의 계약서를 보여달라는 고소인에게 "비밀리에 진행되는 투자라 계약서를 보게 되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서류오픈과 동시에 제가 손해 본 부분까지 N분의1(로 내야한다)"며 계약서를 보여주지 않았다.

고소인들이 박씨에게 건넨 돈은 평생 모은 생활비와 양육비, 자녀의 결혼지원비용 등이었고 심지어 자녀 수술비를 보내거나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인들은 당장의 카드값 연체를 걱정하고 있고 일부는 이 사건으로 이혼에 이르는 등 일상이 무너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