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가채점·선택과목 표준점수 등 수험생 정보제공 강화될까

고유선 2023. 6. 2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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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사교육비 대책 발표…수능 관련 개선사항 포함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킬러문항'에 대비하거나 대입 정보를 얻기 위해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역할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어·수학영역 선택과목 표준점수 등 수험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평가원이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원서 풀이기술 익히는 킬러문항, 수능서 배제'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학원에 가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혀야만 하는 소위 '킬러문항'은 수능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6.21 hama@yna.co.kr

수능 직후 사교육업체 정보로 대입전략 짜는 수험생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형 입시업체들은 통상 수능 당일부터 수험생의 대입전형을 위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이들 업체는 수강생 가채점 결과 등을 토대로 예상 '등급컷'(등급구분점수)과 영역별·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예상치 등을 내놓는다.

수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들은 자신이 영역별로 몇등급을 받았을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했을지 등을 따져본다. 최저기준을 맞추지 못했다면 다음 전략을 고민할 차례다. 수능 점수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면 남은 수시모집 논술·면접에 응시할지, 포기하고 정시모집에서 다른 대학에 지원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수험생들은 사교육업체의 유·무료 컨설팅도 받는다.

수능 성적표는 3주일이 지나야 나오는데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에서 그 전에 제공하는 정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기간은 사교육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평가원은 한때 수능 직후 가채점 결과 공개를 검토했다.

2018학년도 수능 채점결과 발표 당시 성기선 전(前) 평가원장은 "몇 가지 정보에 대한 요구가 많았고, 어디까지 정보를 빨리 공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며 "가채점으로 미리 등급 간 결과를 당겨줄 것인가(등급컷을 미리 공개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테스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험생 혼란을 우려한 교육부의 반대로 가채점 결과 공개는 실현되지 못했다.

마킹 오류 등으로 답안지의 7%가량은 빠른 가채점이 어려운데 이런 답안지를 포함하면 가채점과 실채점 결과 사이의 오차가 너무 크다는 게 당시 교육부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평가원은 2003·2004학년도 수능에서 응시생 4만명을 뽑아 표본채점한 결과를 발표했지만, 실제 채점 결과와의 편차가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선택형 수능이 시행되면서 2005학년도부터 이를 폐지했다.

성기선 전 평가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시를 쳐야 하나, 최저등급이 되느냐를 학생들이 사교육업체의 잘못된 정보(추정치)에 의존해 결정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10% 정도만 표집해서 '표집 가채점이니 참고만 하라'고 안내해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채점 결과와 많이 다를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시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올 수능 어찌되나”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을 맞아 공부를 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2023.6.20 mon@yna.co.kr

공개된 적 없는 선택과목 표준점수 차이도 입시업체 분석 의존

국어·수학영역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역시 수험생들이 전적으로 사교육업체에 의존하는 정보다.

문·이과 통합수능이 도입되면서 국어와 수학영역은 모두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치러진다. 일부 문항은 모든 수험생이 공통으로 치르는데 나머지 문항은 스스로가 선택한 과목을 푸는 식이다.

어떤 선택과목인지에 따라 문제를 모두 맞혔을 때 받을 수 있는 표준점수(평균과 비교한 본인의 성적을 나타내주는 점수)가 달라진다. 선택과목별로 시험 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 등은 공개하고 있지만, 국어·수학영역 내 '선택과목' 표준점수 최고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험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선택과목으로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강태중 전 평가원장은 2022학년도 수능 채점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정보가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끼는 점은 알지만, 해당 정보를 공개해서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진 공개 예정이 없다"고 말했다.

평가원의 입장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통합수능 도입 이후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국어·수학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을 입시업체 분석에 의존해 추정하고, 고득점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추세다.

실제로 수학영역의 경우 '확률과통계'보다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이 2∼3점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22학년도 수능에서 38.2%였던 미적분 선택자 비중은 2023학년도에 43.7%로 높아졌다.

수능 문항별 정답률도 출제위원 부담과 난도 논란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입시업체가 분석한 수치에 의존한다.

정답률을 모르니 '킬러문항'에 대한 기준도 없어서 입시업체가 꼽은 가장 어려운 문항이 킬러문항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평가원이 모든 정보를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학생들이 사교육업체의 정보에 의존해 대입을 준비하지 않도록 정보 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도 비슷한 지점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브리핑에서 수험생들이 입시업체 수능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지적에 "다음 주 초(26일) 발표하는 사교육 대책에 일부 그 방안이 담겨있다. 그때 소상하게 말하겠다"고 밝혔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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