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것 아니었어?” 에뛰드 부활의 3가지 키워드[케이스 스터디, 성공에서 배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에뛰드는 한때 ‘미운 오리’ 신세였다. 의욕적으로 확장했던 중국 매장은 모두 접었고 한국에서도 길거리에서 하나하나 사라져 갔다. 2018년 적자로 돌아섰고 2020년에는 자본 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에뛰드가 올해 갑자기 그룹 경영진이 주목하는 회사가 됐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50억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3억원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근 판매 상황을 보면 올해 내내 이런 흐름을 이어 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에뛰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자회사이자 화장품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설화수·헤라·라네즈 등이 속한 ‘아모레퍼시픽’을 중심으로 에뛰드·이니스프리 등의 회사들로 구성돼 있다.
에뛰드는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입지도 확연히 달라졌다. 올해 1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 자회사 중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두 곳뿐이다. 에뛰드 영업이익은 이니스프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룹 내에선 올해 에뛰드 직원들이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받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에뛰드팀이 있는 층 분위기가 침울했는데 올해는 축제 분위기”라며 “올해 에뛰드 직원들이 역대급 인센티브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까지 적자에 허덕이던 에뛰드는 어떻게 부활했을까.
“에뛰드 층 분위기, 침체에서 축제로”
분홍색 간판으로 가두 상권을 수놓았던 에뛰드는 K-뷰티의 흥망성쇠를 함께 겪었다. 2000년대 초반 전지현·송혜교 씨 등 당대 가장 핫한 여자 연예인을 모델로 쓸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이니스프리와 함께 로드숍 전성기를 이끌며 K-뷰티의 주요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한때 한국에서 520여 개, 해외에서 230여 개 매장을 운영할 만큼 사세도 막강했다.
1세대 로드숍 신화를 썼던 에뛰드의 몰락은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 변화 그리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과 함께 시작됐다.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중국 법인 역시 타격을 받았다. 인건비 상승과 임차료 부담 등 가맹 사업이 겪는 문제도 모두 안고 있었다.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면서 포지셔닝이 모호해진 것도 큰 이유였다.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방식을 활용해 마케팅에 성공한 스몰 브랜드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들의 구매 채널은 온라인과 올리브영 등 멀티 브랜드 스토어(MBS)로 옮겨 갔다. 상권 트렌드도 로드숍이 중심이던 ‘가두 상권’에서 골목 상권과 복합 쇼핑몰로 빠르게 변했다. 체질 개선에 한 발 늦은 로드숍들은 무너졌다. 중국에서도 중저가 시장은 로컬 브랜드가 성장했고 럭셔리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에뛰드는 이런 변화 속에서 대중에게 잊혀 가기 시작했다.
결국 에뛰드는 2018년 적자로 돌아섰고 2020년에는 자본 잠식에 빠졌다. 2016년 3166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060억원까지 떨어졌다. 2017년 418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1년 후인 2018년 26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180억원, 96억원의 적자를 내며 4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韓·中 오프라인 매장 정리하며 고정비 줄어
결국 에뛰드는 고강도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생존을 위해 오프라인 점포 정리에 나섰다. 에뛰드는 2019년부터 중국 매장을 줄이기 시작해 2021년 중국 내 모든 매장의 문을 닫았다.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9년 만이었다. 올해는 홍콩에서도 철수하며 중화권에 있던 매장을 모두 접었다. 업계에서 한 발 늦은 구조 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만큼 더 빠르게 점포를 효율화했다. 지난해에는 한국 면세점에서도 발을 뺐다.
한국 매장도 빠르게 줄여 나갔다. 2018년 393개였던 한국 매장은 2019년 275개로 줄었고 현재 67개만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뛰드는 K-뷰티의 정체성과 함께 사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오프라인 가맹 사업의 쇠퇴까지 고스란히 떠안았다”며 “점포를 줄이면서 고정비를 효율화한 것이 영업이익 급증의 가장 큰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점포를 줄인 에뛰드는 대신 판매 채널을 다변화해 나갔다. CJ올리브영에 입점했고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채널도 확대했다. 온·오프라인 채널 전체에서 메이크업·스킨케어 카테고리가 성장했다. 그 결과 작년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해외 시장도 다변화했다. 중국에서 성장세가 꺾였지만 일본에서는 에뛰드 인지도가 서서히 높아졌다. 일본 랭킹 사이트 ‘모두의 랭킹’이 올해 1월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1위는 에뛰드였다.
일본은 K-뷰티 브랜드에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KOTRA 도쿄 무역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의 화장품 수입액은 3318억 엔(약 3조7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 증가했다. 전체 수입에서 한국 수입액 비율은 23.4%로 프랑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 수입국에 올랐다. 그만큼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시장이다. 에뛰드는 지난해 여자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의 일본 멤버 카즈하를 광고 모델로 고용해 한국과 일본에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 같은 체질 개선을 주도한 이는 4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당시 팀장급이었던 이수연 대표를 CEO 자리에 앉혔다. 이 CEO는 2018년부터 에뛰드 마케팅 디비전장으로 일하며 브랜드 재정비와 스타 상품 출시에 나섰다.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 1위 등극
새로운 마케팅 전략도 먹혀들었다. 가두 상권에 자리하던 로드숍 이미지가 강했던 30대들은 이제 에뛰드의 주 타깃이 아니다. 온라인에 익숙한 새로운 10대들이 성장했고 에뛰드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했다. 단순히 인플루언서에게 광고를 맡기는 게 아니라 공동 개발에 나섰다.
성분 분석으로 유명한 유튜버 ‘디렉터 파이’와 선크림을 공동 개발해 ‘순정 디렉터 선크림’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3월 출시했다. 이 선크림은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누적 판매 73만 개를 돌파하며 에뛰드의 스타 제품에 올랐다. 다른 제품도 연이어 히트했다. 구독자 182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조효진 씨와는 쉐딩을 공동 개발해 큰 인기를 끌었고 2021년 새롭게 출시한 에뛰드 픽싱틴트는 올해 2월까지 1년 8개월간 누적 판매 400만 개를 돌파했다.
하반기부터 방한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로드숍인 에뛰드의 부활이 빨라질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에뛰드는 올해 점포 효율화 속에서도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그간 빠르게 매장을 정리하던 기조와는 정반대다. 에뛰는 올해 명동에 새로운 매장 2곳을 더 열었다. 명동에만 에뛰드 매장이 3개다. 고객이 있는 집중적으로 매장을 여는 전략이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에뛰드 멀티 브랜드 숍 매출이 50% 이상 성장했고 로드숍은 매장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함에도 매출이 늘어나며 점당 효율이 상승했다”며 “‘중국 소비 회복과 관광객 유입 효과’가 더해지며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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